국내 최초의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개인들이 브라질 헤알화 환율 폭락의 영향으로 원금의 60%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관투자가는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손실 폭을 줄였지만 개인투자자는 안전장치가 없는데다 기관보다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브라질 경제 호황을 확신하고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가입한 자체가 실책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2년 출시한 ‘미래에셋맵스 프런티어 브라질 월지급식 부동산투자신탁1호(분배형)’가 투자한 브라질 호샤베라타워의 매각가를 추산한 결과 투자 당시 가치인 5,386억원의 절반인 2,6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 평가한 건물 가치는 투자 시점보다 20% 올랐지만 브라질 헤알화가 급락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실제 건물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2년 인수한 브라질 호샤베라타워는 부동산 공모펀드가 800억원을 투자하고 기관투자가가 출자한 사모투자펀드가 2,794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1,774억원은 담보대출로 메웠다. 국내의 첫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이면서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첫 사례여서 관심을 받았다. 이 공모펀드는 당시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이라는 점에 브라질 투자 붐까지 더해져 인기를 끌었다. 연 9%의 수익률을 약속해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모집금액 800억원이 조기에 완판된 상품이다.
장밋빛 전망과 달리 공모펀드의 만기가 2018년 12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재 가격대로 매각한다면 공모펀드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매각 예정가 2,600억원 중 1,774억원은 가장 먼저 대출원금을 갚는 데 써야 한다. 나머지 826억원을 동순위인 공모펀드 투자자와 사모펀드 투자자가 각각 22%와 78%의 지분율대로 나눠 가진다. 이 경우 800억원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약 200억원을 돌려받고 기관투자가는 65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2012년 가입 이후 매년 배당 성격으로 분배금을 받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수익률은 9%가 아닌 2~3%대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한 분배금을 더하더라도 800억원을 투자해 약 40%도 안 되는 300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치게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개한 투자보고서를 보면 800억원이었던 펀드 순자산은 27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인투자자는 수수료율이 기관투자가보다 높기 때문에 실제 손실률은 이보다 더 높다.
반면 사모펀드에 투자한 기관투자가인 미래에셋생명(085620)보험과 복수의 공제회 등은 담보대출에도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대출 원금을 받는 것은 물론 이미 매년 6.7%의 이자도 챙겼다. 이 대출은 환헤지를 하지 않고 원화로 빌려준 돈이기 때문에 브라질 헤알화가 떨어질수록 오히려 이익이 됐다. 헤알화 가치가 절반 밑으로 떨어지자 실질적인 이자율이 12%대로 올라간 것이다. 특히 일부 공제회는 사모펀드 투자금의 두 배를 담보대출금에 투자해 안전판을 넓혔다. 미래에셋생명도 사모펀드 투자금만큼을 대출금에 투자해 손실을 일부 줄인 것으로 보인다.
호샤베라타워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는 “브라질 월드컵 등 경제 호황에 기대 환헤지를 하지 않고 원화로 대출한 것이 투자 실패의 원인이었다”면서 “이후 브라질 내에 정치 리스크가 심화되고 신흥국 위기가 오면서 예상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자 막을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신흥국 가운데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로 환율이 급락한 지금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국내 자산운용사보다 대규모이고 다양한 국가와 통화에 투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헤지와 위험 분산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샤베라타워의 시장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조사한 것일 뿐 당장 매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임세원 박시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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