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장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최근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 측의 견제는 도를 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8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 베이징현대는 합작사인 베이징기차의 반대로 두 달간 소형차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차 대신 고급차를 더 많이 만들라거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라는 식으로 툭하면 압력을 행사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계는 기술 이전 요구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도체 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높아진 기술력을 앞세워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민간 주도의 기술혁신에 근거한 자율적인 성장전략이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연구개발(R&D)에 전념하고 마음껏 투자활동을 펼쳐야만 ‘퍼스트무버’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갖은 명목으로 규제를 만들어놓고 기업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족쇄를 풀어주지 않는 채 중국의 맹추격을 거론하는 산업당국의 걱정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당장 올해 말 일몰이 돌아오는 세액공제만 해도 그렇다. 당국은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겠다며 대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산업계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8일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서 “패키지 규제 완화로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밀착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력이다. 정부는 더 이상 생색내기에 머무르지 말고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투자환경부터 정비해야 한다. 특히 R&D야말로 기업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라는 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국들처럼 R&D 조세 혜택을 늘려 기업의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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