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결국 기업이다] 최저임금·통상마찰·규제에 발목...제조업 너도나도 해외로

<3> 산업 공동화 부르는 코리아 엑소더스

선진국 감세·규제 완화 통해 '제조업 부활' 외치는데

韓은 노사갈등·낡은 임금체계 탓 생산지 매력 떨어져

車·가전서 철강까지 속속 脫한국..."정책 속도 조절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1월부터 가동해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그간 자동차·전자·가전업체 중심으로 진행돼온 한국 기업들의 해외공장 이전이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경북 포항에 기반을 둔 중견 철강업체 넥스틸의 임직원 수는 지난 2014년 371명까지 늘었으나 지난해 217명으로 41.5%가량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8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시장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넥스틸은 앞으로 직원 수를 더 줄여야 할 처지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쿼터제 도입 등 통상 압박이 갈수록 심해져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넥스틸은 한국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하고 현지 직원 200여명을 채용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아제강은 이미 2016년 미국 현지 공장을 인수했고 휴스틸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런 추세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찾아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업들의 신규 생산설비 확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서 올 1월부터 세탁기 공장을 돌리고 있고 LG전자는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가전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 LG디스플레이는 투자 및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OLED 공장 유치를 위해 토지 무상제공은 물론 전력 및 상하수도 시설 제공, 공장 설립 및 장비 반입 등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총 자본금 2조6,000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1조8,000억원을 LG디스플레이가 대고 나머지는 광저우시가 내는 방식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도 최근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인도 1공장의 설비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지난해 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공장은 설계변경을 포함한 증설작업에 돌입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송금액은 437억달러로 전년 대비 11.8% 늘어났다. 2015년(6.3%)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2016년(29.1%)과 지난해에 크게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33억달러로 전년 대비 25.6% 증가하기는 했지만 2015년의 165억달러에 비하면 19.5% 감소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와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 간 차이는 2015년 137억달러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304억달러로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데 비해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각국은 고용창출과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 유인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제조업 부활을 위해 리쇼어링(해외 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을 강화했으며 친기업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뚜렷하다. 여기에 통상 압박을 통해 해외 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정책까지 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노동 유연화 방안을 담은 노동개혁법안 통과와 세제개혁을 통한 법인세 인하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로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특히 그간 ‘프랑스병’으로 불릴 정도로 강성노조 문제가 심각했던 프랑스의 반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노사 간 갈등, 떨어지는 노동 유연성, 후진적 임금체계, 고임금 등으로 생산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기업들은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고 속도도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각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허술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낮고 토지 비용이 비싼데다 각종 규제가 많다 보니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가 힘들다”며 “이런 가운데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반기업정서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한국에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신희철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