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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VID 빠진 '북미 비핵화합의' 갈길 멀다

'검증' 등 핵심 포함안돼

핵무기 반출·사찰범위 등

민감 내용도 뒤로 넘겨져

국제사회와 철저 공조로

완전한 비핵화 실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사상 첫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4개 항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안정적인 평화체제 수립,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일관되게 주장한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비핵화’ 중 ‘완전한’이라는 문구만 들어갔다. CVID라는 단어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우회적으로 담기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핵 없는 한반도라는 기대에도, 역사에 길이 남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갈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식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앞으로 북한과 한반도 관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과 북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기대했던 비핵화 시간표도 기약이 없다. 그저 “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거나 “많은 사람을 투입해 검증할 것”이라는 말만 있었을 뿐이다. 추상적인 언어로 모호한 약속을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상 간 첫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고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라는 추가 조치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CVID 포기를 대체하기에 무게감이 너무 떨어진다.

비핵화는 추상적이었던 반면 보상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종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70년간 이어온 북미 적대관계 청산을 공식화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는 의사도 밝혔다. 과도한 비용부담을 빌미로 내세웠지만 훈련 중단은 북한이 그동안 끈질기게 요구해온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 역시 당장 논의의 대상은 되지 않았지만 미래의 협상을 봐야 한다며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방위비 분담에 대한 압력일 수도 있지만 한국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것 말고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북한 핵무기 폐기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대상에 어디까지를 포함할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핵 사찰과 관련해서도 세부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핵 생산·저장시설과 발사장비, 이동수단 등까지 포함하면 사찰 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단기간에 파악하고 폐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북한 비핵화를 이루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북한의 비핵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더 이어질 것이며 백악관으로 반드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끝나지 않았고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추가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다 확실하고 진전된 결과가 나와야 한다.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과거처럼 다시 뒤돌아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앞으로 있을 2차·3차 정상회담 또는 실무회담에서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우리도 미국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위해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약속을 어기지 않고 정상국가의 길로 가도록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까지는 아직 기나긴 여정이 남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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