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예상했던 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차지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1곳 중 10곳에서 승리했다. 보수 텃밭인 TK지역에서만 겨우 패배를 면한 자유한국당은 ‘자유경북당’으로 전락했다는 헤드라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문들은 보수의 몰락· 궤멸이라는 단어로 정치 지형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급진전에 이어 지방선거의 압승까지 더해져 문재인 정부의 국정개혁은 강력한 추진동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참패 이후의 당 수습과 쇄신책을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협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표면화되고 있음에도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독주’가 심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라기보다 자유한국당의 참패다”
국민들은 왜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을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높은 평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라는 정세변화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명박근혜’를 낳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초강세 현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뼈를 깎는 반성은 하지않고 끊임없이 망언과 폭언을 이어갔고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프레임’만을 내세워 맞섰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열을 올렸고 국민의 생각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반성은 없이 막말과 저질스러운 정치행태를 보인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6·13지방선거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다양한 민생·경제 문제 이제부터 크게 부각될 것”
“6·13지방선거는 문재인으로 시작해서 문재인으로 끝난 선거였다”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의 평가다. ‘문재인 태풍’ 앞에 자유한국당은 승산이 없었으며 지역마다 ‘문재인’ ‘평화’ 외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먹히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 경제난· 최저임금 논란은 선거판을 흔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신문은 “문재인과 북미정상회담밖에 없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선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엔 그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등 대형이슈에 가려졌던 다양한 민생· 경제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지금의 경제상황은 높은 청년 실업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불안정한 물가흐름·저조한 경제성장률 등 위기 요인이 산재해 있다. 일자리 지표 악화에 따른 비판 여론·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회의론· 혁신성장정책 성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고용동향을 보더라도 청년실업률은 10.5%로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취업자 증가가 7만 명에 그쳐 8년여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민간기업의 투자 의욕이 꺾였는데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고용쇼크의 악순환을 끊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5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고용 한파의 원인을 다르게 진단했다.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고 봄비가 많이 와서 일용직 건설 일자리가 부진했다”고 밝힌 것이다. 당정청은 한 목소리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민생· 경제성과를 거두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그동안 추진한 경제정책의 보완과 부작용의 해소 대신 ‘언론의 잘못된 인식과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홍보’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다.
“문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혁신성장은 말로만 앞세운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 간 엇박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고용쇼크· 물가불안· 미중 무역전쟁 등 경제위기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적폐청산과 한반도 정세변화 등 대형 이슈에 가려졌던 민생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의 인기에도 서서히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새겨들을 때이다.
이정법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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