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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당신의 정확한 발사이즈를 알려드립니다”

이선용 '펄핏(Perfitt)' 대표

왜 우리는 늘 신발사이즈를 고민할까

내 발의 정확한 사이즈와 모양부터

브랜드·종류별 맞춤 신발추천까지

이선용 펄핏 대표가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펄핏




우리는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은 신발을 산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늘 사이즈를 고를 때 고민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정확한 발사이즈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운동화는 250mm, 구두는 240mm 신어요” 또다른 누군가는 “N브랜드 운동화는 250mm, A브랜드 운동화는 260mm요”라고 한다. 신발을 살 때마다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어쩌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우리가 ‘그러려니’ 하고 넘겨왔던 아무도 알 수 없는 발사이즈. 이선용(32) ‘펄핏(Perfitt)’ 대표는 의문을 품었다. ‘사이즈 고민없이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살 수없을까’

1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단순히 신발의 길이 하나만으로 신발을 고른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착화감은 길이 말고도 발볼의 너비, 발가락 모양, 발등 높이, 신발 소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신속과 대량생산이 생명이었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신발 규격에 우리의 발을 대충 우겨 넣어왔던 셈이다. 그는 “매장에 직접 가서 신발을 살 땐 신어볼 수 있어 그나마 낫다”며 “온라인몰에서 신발을 사려면 사이즈 선택 실패로 인한 교환·반품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환이나 반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발을 추천해주는 펄핏은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펄핏 R은 발을 측정하는 키오스크와 앱으로 구성돼있다. 펄핏 S는 신발내측 모양을 정밀하게 스캔하는 디바이스다. 오프라인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고객들의 발을 측정한다. 펄핏 AI는 제휴를 맺은 기성 브랜드화 중 고객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 정보를 제공한다. 펄핏 직원들이 직접 브랜드 매장의 창고에 가서 일일이 신발 내측을 확인하고 사이즈를 파악해 데이터화 한 덕분이다. 펄핏은 최근 ‘에스마켓’과 한달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나이키코리아와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달 동안 실제 매장에 키오스크를 두고 300명의 고객분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10명중 9명의 고객이 만족한다고 응답해주셨어요. 재밌는 점은 비슷한 발사이즈와 발 모양이어도 사람마다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농구화나 테니스화는 미끄러지는 경우를 대비해 조금 넉넉한 크기를 찾는 고객분들이 많았고, 운동화나 구두가 약간 작아서 발가락에 신발이 느껴지도록 신는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결국 개인의 선호가 큰 영향을 미쳤죠. 고객의 구매기록을 하나하나 데이터화해서 각각의 만족도를 연구하면 훨씬 정확한 신발 추천이 가능할 것 같아요.” 자연스레 그의 신발로 시선이 갔다. 코 끝은 뾰족하고 하얀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운동화도 구두도 아닌 그것은 단연 매니아의 신발 다웠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건 언제냐고 묻자 “어렸을때부터”란 답이 돌아왔다. 중학교 2학년때 미국의 월트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이 대표는 밤에 클라이막스로 펼쳐지는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하늘에 펼쳐진 불꽃을 보며 ‘와~’하는 탄성을 내질러댔다.

“그 때 생각했어요. 제가 만든 무언가로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기고 활용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요.”

대학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3년간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2014년 과감히 퇴사를 결정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일주일에 3,4권씩 읽었는데, 3년쯤 되던 어느 날 한국계 미국인인 테마파크 디자이너의 책을 만났어요. 도전을 거듭하는 자서전이었는데 그 책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친 생각이 ‘더 늦기 전에 빨리 나가서 하고 싶은 사업에 도전하자’였어요.”

퇴사 후의 펼쳐질 막연한 미래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저녁별 보고 퇴근하고 새벽별 보고 출근하는 생활을 3년간 한 덕분이었다. “일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할 수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나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대표는 퇴사를 위해 부모님 설득 작전을 짰다.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사 한달전부터 앓는 소리하기였다. 일이 너무 많이 힘들다고 틈만 나면 말했다. 주말에도 가방을 들고 일하러 나갔다. 회사생활이 버겁다는 말로 한달동안 밑밥을 깔고 난 후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부모님을 각각 따로 만났다.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2~3년씩 돈들여 MBA에 진학하지만 저는 사업을 통해서 부딪히며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죠. 실패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혹시나 망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든 회사에 다시 취업하든 부모님께 손내밀지 않고 제 인생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죠.(웃음)”

힘들어보여도 못본척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업이 어느정도 성공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쳐서 집에 들어올텐데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면 신경쓰일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이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부모님은 “사업 자리잡으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린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부푼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건만, 15살의 나이에 갖게 된 ‘아름다운 꿈’의 대가는 혹독했다.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열정 하나로 창업에 뛰어든 이 대표에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첫 창업은 예술가인 친구 3명과 함께였다. 사업 아이템은 아로마 캔들 등 1인 창작자들이 만드는 제품을 하루 체험할 수 있도록 ‘원데이 클래스’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플랫폼에서 상품도 팔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고 결과는 실패였다. 시장조사도 제대로 못한 채 열정 하나로 시작한 사업은 10개월 만에 끝났다.

“사무실을 다 정리해서 짐을 쌌어요. 작은 승용차 트렁크에 가득히 잡동사니를 싣고 집에 오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니까 힘든 마음이 그제서야 눈물로 쏟아졌어요. 이 짐을 다 들고 집에 어떻게 들어가나, 부모님 얼굴은 어떻게 보나 하는 여러가지 생각에 올라가지 못하고 주차장에서 2시간 동안 울었어요.”

무엇보다도 이 대표의 마음을 힘들게 한 건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같이 고생만 하고 힘들었는데, 사업다운 사업도 아니었던 것 같고 다 제가 부족하고 모른채 섣불리 사업을 시작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사업을 한다면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선용(오른쪽) 대표와 그의 언니의 어릴적 모습./사진제공=펄핏


이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4살 위인 그의 친언니다. “외유내강 스타일의 언니는 제 롤모델이에요. 외모는 예쁘고 공부는 잘하고 늘 저보다 뭐든지 잘했어요. 제가 어릴 때 해야할 일을 안하거나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부드럽게 언니가 조언해주곤 했어요. 언니가 몇 마디씩 해준 말은 당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고, 지금 사업하는 과정에도 딱딱 적용돼요.”

펄핏의 팀원은 총 5명이다. 이 대표는 팀원들과의 관계와 조직관리가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면서도 신경써도 마음처럼 안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이 힘든 이유는 얼마 안되는 팀원들이 각자 최고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인 것 같아요. 서로가 기대하는 바가 크고, 저는 팀원들의 역량이 커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부족한게 물적·양적 지원인건지, 역량이나 의지인건지 고민하게 되죠. 그럴때마다 부모님과 언니의 조언을 받으면서 조금씩 제 스스로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비전은 2020년까지 3년안에 펄핏이 만든 솔루션이 전세계 신발 산업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10만원짜리 신발이 온라인 몰에서 한번 반품 되면 평균 30%인 3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요. 반품 비용의 5%는 버려진다고 하니 판매가의 30% 이상이 반품의 비용이 돼죠. 평균 전자상거래의 마진율이 10%라고 해도 반품이 일어난 걸 회복하려면 세 켤레를 더 팔아야 해요. 옷에 비해 신발은 사이즈로 인한 반품률이 57%에 달해서, 반품되는 신발의 규모가 연간 15조원정도 된대요. 업계에서는 딱히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큰 문제죠.”

이 대표의 말대로 펄핏의 서비스가 정착되면 신발의 반품률은 줄어들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신발을 구매하고 기업이 판매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날을 꿈꾼다. 기성화여도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을 수 있고, 내 발의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신발을 선택하는 방식 말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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