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사진)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림산업(000210)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신 회장은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 납부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보유 지분 3.44%(121만7,614주)에 대한 블록딜을 진행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이번 블록딜의 수요예측 할인율은 3~6%로 주문가격 범위는 7만7,406~7만5,012원이다. 매각 규모는 7일 종가(7만9,800원) 기준 971억원 수준이다. 매매체결은 8일 장 개시 전에 이뤄진다.
신 회장이 대림산업 지분을 매각한 것은 증여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016년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씨 모녀에게 증여한 롯데홀딩스 지분과 관련해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확인했다. 신 회장은 2003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서씨와 딸 신유미씨 소유의 경유물산에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세청은 신 회장에게 2,126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당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신 회장을 대신해 아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7년 1월 완납했다. 당시 국세청은 서씨에게도 증여세 700억여원을 부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해 5월 신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단순 명의신탁일 경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었다. 증여세 소송이 롯데 경영비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롯데홀딩스 주식을 증여하며 7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 서씨와 신 회장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씨의 국내 체류기간이 짧아 비거주자에 해당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환경, 현 거주지 등을 고려할 때 서씨는 국내 거주자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신 회장이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를 대납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지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강도원·박호현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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