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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불문학 번역 한평생…황현산 전 문화예술위원장 별세

문학평론가 황현산. /연합뉴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8일 오전4시20분 별세했다. 향년 73세.

지난 2015년 담도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으나 올해 2월 암이 재발해 한국문화예술위원장직을 사직하고 투병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부터 병세가 악화해 고려대안암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고인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현대시를 주로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부터 경남대·강원대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30여년간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도 문학평론가로서 끊임없이 글을 쓰고 불문학자로서 프랑스 문학을 번역해 소개하는 데 한평생을 바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팔봉비평문학상·대산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을 받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파스칼 피아의 ‘아뽈리네르’,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등을 번역했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013년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펴내면서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 낸 이 책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과 철학을 편안한 글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다.

문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공모에 지원해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문예위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긍지”라며 임직원에게 문화예술 지원 업무에 대한 높은 긍지를 가져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3년 전 치료받은 암이 재발하면서 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했다. 그는 이후 병세가 나빠지는 와중에도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과 번역서 ‘말도로르의 노래’ 등 두 권을 마무리해 올해 6월 펴냈다.

저서로는 ‘말과 시간의 깊이’ ‘얼굴 없는 희망’ ‘말라르메의 시집에 대한 주석적 연구’ ‘이상과 귀향, 한국문학의 새 영토(공저)’ ‘잘 표현된 불행’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공저)’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의료원 안암병원 장례식장 205호(8일), 301호(9일부터)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10시다. (02)923-4442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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