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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한국로렉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명품시계 유통업계에서 한국로렉스(유통 브랜드명은 롤렉스)는 베일에 싸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관심은 많지만 도통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곳’ 혹은 ‘도무지 본사 관계자를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포춘코리아가 한국로렉스의 베일을 살짝 들춰봤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Shutterstock




포춘코리아 8월호 기사 ‘4대 메이저를 중심으로 본 한국 명품시계 유통의 현주소’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한국로렉스가 명품시계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이직하고 싶어 하는 기업 비공식 1위로 꼽히면서도 정작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점이었다. 한국로렉스는 ‘2017년까지 복수 브랜드를 유통한 업체(한국로렉스는 지난해까지 롤렉스 단일 브랜드만 유통했다)로 대상을 제한한다’는 애초 기획에 맞지 않아 지난 8월호 기사에서 제외됐지만, 한국로렉스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요청이 계속 이어져 추가 취재를 진행했다.

◆ 전체 인원이 30명뿐?

국내 명품시계 업계는 업체 간 이직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서로 인력 이동이 많다 보니 경쟁 업체들의 속 깊은 내용도 업력이 오래된 관계자라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로렉스처럼 외부에 정보가 거의 폐쇄되다시피 한 업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로렉스가 이렇게 폐쇄적인 이유는 조직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정부3.0 공공데이터 정보에 따르면, 한국로렉스는 최근 몇 년간 30명 미만의 조직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 970여 명, 스와치그룹코리아 630여 명은 물론이고 매출 규모가 한국로렉스의 절반 수준인 우림FMG 830여 명, 명보INC 400여 명보다도 월등히 작은 규모를 갖고 있다.

한국로렉스 조직 규모가 경쟁사들보다 작은 이유는 운영 중인 매장 각각을 독립된 딜러사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전부를 직영으로 운영하거나 혹은 직영점과 딜러점을 일정 비율로 나눠 운영하는 다른 업체와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상당수 업무를 외주로 해결하고 있는 것도 한국로렉스 조직 규모가 작은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로렉스는 관리, 통관 등 필수 업무를 제외한 부대 업무 대부분을 거의 외주로 해결하고 있다. 이는 시계 전문 매체조차도 한국로렉스 관련 정보를 빈약하게 갖고 있는 이유이다. 어쩌다 마련된 자리에서도 면세점 혹은 딜러사, 홍보대행사 관계자 정도만 얼굴을 비칠 뿐, 한국로렉스 관계자는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국내 2위 매출 규모

조직 규모는 작지만 매출 규모는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로렉스는 지난해 2,994억 원의 매출을 올려 리치몬트코리아(7,695억 원)에 이어 국내 2위 명품시계 유통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2,876억 원 매출을 올린 스와치그룹코리아였다.

한국로렉스는 2014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별도 에이전트에서 운영 중이던 면세 유통 사업권을 한국로렉스가 가져오면서 매출액이 수직상승했다. 2014년 965억 원이던 연매출액은 2015년 3,260억 원으로 3배 넘게 가파르게 올랐다.

2015년은 특수관계사에 Montres Tudor SA가 추가된 해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로렉스는 지배기업인 Rolex Holding SA 아래 특수관계 기업으로 Rolex SA와 Rolex Promotions SA만을 두고 있었다. Rolex SA는 롤렉스 시계를 만드는 제조사이고 Rolex Promotions SA는 롤렉스 브랜드의 글로벌 프로모션 업체다. Rolex Holding SA는 롤렉스 지주사이다.

Montres Tudor SA는 한국로렉스가 올해 7월 국내에 론칭한 튜더 브랜드 글로벌 법인이다. Montres Tudor SA를 특수관계사에 올린 이후 3년 만에 첫 매장을 연 것을 보면 한국로렉스가 튜더 국내 론칭 사전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올해부턴 튜더 매출이 합산되면서 한국로렉스 전체 매출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로렉스가 설립된 이유

한국로렉스는 2002년 11월 설립 이후 첫 영업연도였던 2003년 217억 원 매출을 올리며 당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면세점 외 매장에서 200억 원 가량의 롤렉스 시계가 팔려나간 건 업계에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로렉스가 설립되기 이전 국내 롤렉스 시계 유통은 에이전트를 통해 면세점에서만 이뤄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로렉스가 국내 면세 사업권을 가져온 건 2015년의 일이었다.

한국로렉스 관계자에 따르면 Rolex Holding SA가 한국로렉스를 설립한 이유는 국내 고객 수요 증가와 공식 AS 서비스 제공, 글로벌 고객 만족도 향상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도 국내 명품시계시장에서 롤렉스 브랜드의 영향력은 상당하지만, 명품시계 정보가 부족했던 2000년도 초반에는 그 위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명품시계를 소비하는 고객 3명 중 1명은 롤렉스를 차고 다닐 정도였다. 게다가 명품시계를 찾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었다. Rolex Holding SA 입장에선 ‘따로 지사를 두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명품시계업계에 정통한 중고명품숍 한 관계자는 ‘모조품 문제 해결’도 한국로렉스가 설립된 주요 이유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말한다. “당시는 롤렉스가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던 모조품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시기였습니다. 기상천외한 방법을 쓴, 이게 롤렉스 진품인지 짝퉁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제품(롤렉스 정품 부품을 사용한 모조품 등)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손을 써야 했어요. 그냥 놔두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펼치곤 했는데, 이 시기 명품시계 수요가 많은 곳에 지사를 세운 것도 모조품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모조품 문제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년 ‘적발 규모 최대치’ 기록이 경신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 거기엔 롤렉스 모조품의 공로(?)가 제일 컸다. 관세청 기록에 따르면 2002년 가짜 명품 밀수출입 적발규모는 2,49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시계가 1,729억 원으로 제일 많았고, 또 시계 중에서는 롤렉스 모조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롤렉스는 가짜 명품 밀수출입 적발 브랜드별 순위에서도 루이 비통이나 샤넬 등을 여유롭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해 모조품계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었다.





◆ 폐쇄적인 한국로렉스

한국로렉스는 설립 16년 차를 맞은 올해까지 비교적 순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간간이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소규모인데다 그나마도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15% 안팎을 유지했고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격차가 크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여왔다. 한국로렉스는 지난해 2,994억 원 매출에 523억 원 영업이익, 417억 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견조한 성장세나 높은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한국로렉스는 명품시계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일하기 좋은 기업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업계 관계자들이 이직하고 싶어 하는 기업 비공식 1위’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견조한 성장세나 높은 수익성은 경쟁사 중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로렉스는 명품시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이 수월하고 연봉이 비교적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로렉스로 이직을 원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이 편하고 연봉이 비교적 높다’는 건 막연한 생각일 뿐 출처는 불분명하다.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안다는 국내 명품시계업계이지만, 정작 한국로렉스 현직 관계자, 혹은 이전 관계자로부터 직접 근무환경을 들은 이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로렉스는 이번 취재에서도 홍보대행사 KPR을 통해 답변을 전달할 만큼 본사 관계자와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일하기 좋은 기업 ‘한국로렉스’

하지만 확인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한국로렉스로부터 직접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제반 정보를 통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거나 혹은 ‘일이 편하고 연봉이 비교적 높다’라는 풍문을 간접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로렉스가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건 사실일 확률이 높다. 정부3.0 공공데이터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 한국로렉스의 이직률은 꾸준히 한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튜더 론칭 준비 등으로 채용이 늘면서 이에 비례해 이직률도 10%대로 잠깐 올라섰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2016년 이직률은 3.7%에 불과했다.

이직률 한 자릿수는 포춘의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권에 드는 기업들도 달성이 어려울 만큼 낮은 수치이다. 아무리 상권이 좋은 곳에 있는 빌딩이라도 자연공실률이 5~10% 발생하는 것처럼 10% 이하 이직률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수치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작은 조직 규모와 낮은 이직률은 한국로렉스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맡은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일이 편하다’는 내용 역시 사실일 확률이 높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로렉스는 상당수 업무를 외주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롤렉스 브랜드 대외활동은 Rolex Promotions SA가 글로벌 본사 위주로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 행사도 거의 없다. 경쟁사보다 신경 써야 할 업무가 적다는 뜻이다. 한국로렉스는 국내 행사 스폰서 참여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연봉이 비교적 높다’는 내용은 확실히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업장별 고용보험 고지금액을 바탕으로 정부3.0 공공데이터에서 추정한 평균 연봉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국로렉스의 평균 연봉은 8,994만 원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경쟁사들의 평균 연봉은 3,000~4,000만 원으로 한국로렉스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로렉스가 각 매장을 딜러사에 외주 주는 것이나 이직률이 낮아 평균 연차가 높은 고액연봉자가 많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로렉스 평균 연봉은 확실히 높은 수준이다.



사진=Shutterstock


<박스기사>

◇ 롤렉스 딜러사의 자부심

국내에서 롤렉스 브랜드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각 매장을 운영하는 딜러사들의 자긍심도 상당한 편이다. 매장을 마련해주는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들에게도 을이 아니라 갑으로 행사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긍심이 과도한 일부 딜러사는 불친절한 응대로 고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롤렉스 시계 마니아들 중 일부는 이들 딜러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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