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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돈 어떻게]우울한 경가·저금리 함정에...시중銀 단기자금 500조 ‘사상 최대’

<돈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상)>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2년반 만에 100조↑

예금도 3·6개월 짧게 운용...MMF도 올들어10조 쑥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5대 은행에 몰린 단기자금이 사상 최대인 500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고객들이 한 시중은행 지점 창구에서 투자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5대 은행에 몰린 대기성 자금이 사상 최대인 5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발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 불안정으로 갈 곳을 잃은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고용 부진의 여파 등으로 계속 미뤄짐에 따라 ‘저금리 함정’에 빠진 채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여파로 정기예금조차 6개월 이하 단기성 상품에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황영지 신한 PWM이촌동센터 팀장은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해 대기자금 비중이 크다”며 “불확실성이 가셔야 개인과 기업 모두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8월 말 기준 단기자금은 499조1,092억원으로 지난해 말(460억3,821억원)보다 4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15년 말 385조원에서 2년 반 만에 10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자금은 수시입출금식(요구불예금) 예금과 MMDA(은행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 예금)를 모두 합한 수치다. 연 이자율 0.1% 수준에 불과한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과 달리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빼고 넣을 수 있어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갖는다. MMDA 역시 보통예금과 유사한 기능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강우신 IBK기업은행 한남동PB센터장은 “몇 년간 저금리 함정에 매몰돼 있어 MMDA나 한 달짜리 예금으로 돌리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기예금도 올해 들어 대부분 3~6개월로 짧게 굴리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금리 인상을 앞둔 만큼 만기가 길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66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84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8%에서 12.8%로 2%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전체 정기예금 잔액이 36조7,000억원 늘었는데 만기 6개월 미만이 이 같은 증가분의 47.7%를 차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자금을 조달해놓고 투자에 나서지 않은 채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탁해두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회사채 순발행은 4조6,000억원으로 경기불안과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자금을 조달해뒀다.

이처럼 단기 대기자금이 증가한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언제든 고수익 상품을 찾아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동자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금분석팀장은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일종의 대기자금으로 예금도 짧게 가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예금금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에 만기가 긴 예금에 가입하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최근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으로 한 달 만기의 예금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처를 찾기 어려울 때 단기 융통을 위해 자금을 넣어두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연초 대비 10조원가량 증가했다. 올해 초 110조원대에서 지난달 130조원대까지 슬금슬금 불어났던 MMF 설정액은 8월 말 현재 120조7,6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3.37% 상승하는 등 느리게나마 반전의 기미가 보이자 투자자들이 MMF에서 투자처로 자금을 옮겼을 공산이 크다.

이처럼 시장에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결국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PB센터장은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서 환율이나 경기상황을 고려해 오는 11~12월 소폭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자금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금리 동결은 힘들어 보인다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유보금을 쌓으면서 리스크 대비에 집중하고 있고 적절한 투자 대상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원·김기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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