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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효과 검증도 안됐는데..." 거론 공공기관들 좌불안석

■정부, 이전 기관 분류작업 착수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공단

CIO 공석 등 인력이탈 심각

지역인구 증가 효과도 없어

되레 국민들에 피해만 끼쳐

"혁신도시 성과 분석이 우선"

지난해 2월 전북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국민들의 노후 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전문 인력 이탈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당장 최고투자책임자(CIO)부터 공석이고, 상당 수 실장급 직원들도 떠나고 있다. 말단 직원들도 지방 이전을 기피해 전체 운용인력 정원 중 12% 가량이 공석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기관의 여건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지방 이전은 되레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 122개 가운데 실제 이전을 추진해야 할 기관을 분류·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국민연금의 상황을 뻔히 지켜봐 온 금융 공공기관들은 이틀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이 대표가 ‘122개’라는 숫자까지 적시해 지방이전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날 다시 민주당 내부에서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일부 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이전 대상이 확정되지 않아 대상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된다는 뉴스로 깜짝 놀랐는데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국 혁신도시 10곳 등에 공공기관 153개가 이전했다. 하지만 성과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전력 등이 이전한 나주혁신도시의 경우 비교적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전이 인근에 조성한 에너지밸리에는 335개사가 입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등 이전 공공기관별 특성이 상이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주한 기업들 역시 모두가 이전 공공기관과 무관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보고서를 내면서 “출장과 퇴직이 증가하는 등 업무 비효율이 발생하고, 산학연 협력 사업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인구 증가 효과도 제한적이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연구’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나 차지했고 ‘가족 단위’는 39.9%였다. 배우자 직장 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 탓이다.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 역시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기존 혁신도시 성과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을 하려면 뒤처진 곳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앞선 수도권을 끌어내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지방이전 사업부터 목적이 제대로 달성이 됐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지방이전 후보군으로 꼽힌 공공기관들 중에는 이전할 때의 단점이 더 많은 기관도 상당수다. 경기도 분당에 본사가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주변 발전소 시설과 연계돼 있어 이전이 쉽지 않다. 또 18개 지사 중 11개가 난방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 자영업자와 하도급 업체 등 ‘을’의 민원 창구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경우는 민원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지방 이전을 하게 되면 민원인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민업무가 많은 공공기관의 경우 민원인들이 지방까지 내려와야 하는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 지역의 기반을 다 내려놓고 가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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