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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중심지 지정만 하면 경쟁력 높아지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좌불안석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문재인 정부의 지방공약인 ‘제3의 금융도시 구상’과 맞물리면서 서울에 있는 금융공기업이 2차 이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이들 기관은 덩치가 큰 곳이 많아 지자체들로서는 입맛을 다시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상당수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지 않고 서울에 남겨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기업금융 수요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예금보험공사 등의 잔류 배경도 같다. 문제는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북혁신도시를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도 올해 초 금융중심지를 추가 지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금융중심지 육성은 지역균형 발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경제 전체의 편익과 산업 육성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금융 허브는 정부가 의도한다고 해서 저절로 육성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물적·인적자본이 한데 몰리면서 자연스레 형성된다. 뉴욕과 런던·도쿄만 해도 그렇다. 2009년 부산을 제2의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몇몇 금융공기업을 이전했지만 누가 부산을 금융 허브로 여기는가.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했지만 증권사 단 한 곳도 이전하지 않은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나눠먹기식 지방이전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적 효과가 큰 금융 산업일수록 더 그렇다. 서울과 부산으로 갈라지면서 모두 시들해졌는데도 추가 지정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두 곳의 금융경쟁력마저 최근 몇 년 동안 20계단씩 밀렸다는 해외 기관의 분석도 있다. 전주로 내려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역 10명 가운데 3명이 이탈할 정도로 인력 유출과 운용 노하우 사장이 심각하다. 기존 중심지조차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판국에 또 하나의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야말로 정치금융이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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