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서울·수도권 집값이 최고가를 기록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주민들의 호가 담합 행위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역 주민과 부동산중개업자는 물론 주민 간 충돌도 발생하는 등 사회 문제로 커지는 중이다. 이에 정부도 최근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낮게 나온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와 SNS 채팅을 통해 호가를 담합하려는 움직임이 오프라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치솟는 주변 집값을 따라 일명 ‘갭메우기’를 하기 위해 자신들이 정한 기준 가격 이하 매물은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식이다. 일부 지역 부동산 카페를 보면 면적 당 최소 호가를 공지하고 ‘가두리 부동산’, ‘비추천 부동산’ 등 지역 중개업소를 구분 지어 담합에 협조하지 않는 곳을 가려내고 있다.
광명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민회의에서 옆 아파트에 비해 저평가됐다며 기준 가격 아래 매물은 전부 허위매물로 신고한다”면서 “정부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중개업소를 단속하지만 실제로는 중개업소가 아니라 주민 담합이 집값을 올린다”고 하소연했다. 동탄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도 “담합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집주인이나 매수자는 더 비싼 가격이 집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집주인들이 매수자인 척 전화를 해서 중개업소들로부터 시세를 전부 파악한 후, 본인들의 생각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집중 포화 대상이 된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포털사이트 부동산 광고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동대문구 H공인 관계자는 “광고비는 우리가 내는 데 주민의 잘못된 허위매물 신고로 본 피해에 대해서는 포털사이트의 어떠한 보상도 없다”며 “무분별한 신고를 방치하는 포털의 부동산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로부터 지난달을 중심으로 최근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등 신고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급증한 허위매물 신고 중에는 집값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허위신고가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신고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중개업자에 대한 업무방해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를 접수하고 시정 조치하는 KISO의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올라온 신고 건수는 지난달에만 2만1,824건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간 중개업자가 호객을 위해 실제 가격보다 싸게 올린 허위매물을 잡아내려고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지역 주민이 원하는 호가를 위해 이 시스템을 악용한다는 게 국토부와 KISO의 판단이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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