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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 지렛대 공시가 산정 논란] 稅올려 집값 잡겠다지만…깜깜이 공시가 산정부터 손질해야

10兆 달하는 세수 부과 근거인데

조세저항 고려 증가율 관리 급급

불투명한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현실화율 괴리·형평성 문제 원인

지역·유형별 시세반영률 투명해야

정부가 집값 잡기의 일환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깜깜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격은 매년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부과의 근거가 되고 있지만 실거래가격과의 괴리, 주택 유형이나 가격대별 형평성 격차 등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불투명한 공시가격 산정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며, 실거래가를 반영한 시세 산정과 형평성 있는 시세반영률 적용을 위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깜깜이 공시가격 산정, 왜? = 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국세통계연보와 지방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징수된 재산세는 9조9,299억원이었다. 이중 8조 4,974억원이 주택, 토지에 부과된 세금이었다. 같은 해 종합부동산세는 1조5,298억원으로 이중 주택에 부과된 세금이 3,209억원(20%), 토지는 1조2,090억원(80%)이었다. 총 10조원이 넘는 세금이 주택과 토지 보유세로 걷힌 셈이다. 2016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주택 보유세는 올해는 이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이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공시가격(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에 대한 논란이 크다.

시세와의 괴리는 공시가격 산출 방식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감정원 직원들이 주택의 ‘조사가격’을 입력하면 이에 ‘공시비율 80%’를 곱해 공시가격을 산출한다. 문제는 이 ‘조사가격’이 실거래가를 충분히 반영한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 인근 개발 상황 등을 고려해 조사자가 전년대비 ○%씩 공시가격을 올리는 식”이라며 “이때 현실화율이 낮은 지역은 일정 부분 추가로 올린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거래된 실거래가보다는 보수적으로 조사가격을 입력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특정 아파트의 거래 가능한 시세가 1억이라면, 조사자들이 8,000만~9,000만원으로 가격을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공시비율은 객관적인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동산의 특성상 일종의 ‘버퍼’를 두기 위한 목적인데, 현재 적용되고 있는 80%라는 비율도 국토부에서 정한 내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시행령에 규정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같이 공식적으로 정해진 비율이 아니다. 이같이 주택 공시가격은 조사가격 산정할 때 한 번, 공시비율 적용 시 다시 한 번 가격이 ‘굴절’되면서 실거래가와의 괴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토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공시가를 올리겠다는 식”이라며 “막대한 세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을 주먹구구로 산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시세 반영한 공시가격 산정 방식으로 전환해야 = 공시가격의 형평성 문제 역시 불합리한 산정 방식에서 비롯된다. 가격 상승이 높았던 서울 강남권이나 서울의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지고, 지방의 저가 주택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높아 과세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주택 유형별로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시세반영률이 토지는 30~50%, 단독주택은 50% 안팎, 아파트는 60~70%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실장은 “공시가격은 과세를 위한 행정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거래가격과 공시가격이 일정비율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진짜 문제는 지역별, 가격대별, 유형별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격차가 있어 조세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공시가격의 태생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토지는 1989년, 주택은 2005년부터 도입됐다. 실거래가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던 당시 공시제 도입에 따른 조세저항이 거세 현실화율은 형편 없이 낮았다. 박 실장은 “정부가 현실화율을 관리하기보다는 조세저항을 고려해 공시가격의 증가율을 관리했다”며 “집값이 많이 뛰었던 강남권 등을 오른 만큼 집값을 올리지 못한 게 십 수년간 누적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형평성 제고를 위해 지역별, 유형별 시세반영률을 투명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의 정교한 시세반영률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감정원이 갖고 있는 시세반영률 자료는 거래가 이뤄진 주택·토지의 공시가격을 실거래신고가로 단순하게 나눠 계산한 비율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전체 주택의 5%, 단독주택은 1%도 안팎의 거래가 이뤄지는데다 지역별로 거래 건수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가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율 관리에 정부가 소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부동산의 시세 산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한다. 실거래 가격이 곧 시세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부동산의 거래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에서 한 두건이 거래됐다고 그 가격이 대표값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가격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경우 행정이 마비될 수 있다”며 “내용의 투명성보다는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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