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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10년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하>] 빚 237조弗·중앙銀 대응력 약화...위기에 더 노출된 세계경제

■그치지 않는 지구촌경제 경고음

제로금리 정책 한계에 ECB·BOJ 등 소방수 역할 못해

금융위기후 정치 분열 심화·G20 등 국제공조도 어려워

AI 등 신기술 따른 글로벌 증시 '갑작스런 붕괴' 위험도

10년 전인 지난 2008년 9월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리먼브러더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긴급회의를 벌이고 있다. 현장에 있던 직원은 리먼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당시 내부 동요가 커지자 책임자가 조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업무에 매진하라고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기는 위기를 낳는다.” 지난 2008년 9월15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부터 10년 만에 세게 금융시장에 또다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10년 전 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던 미국 경제의 유례없는 호황과 금융 시스템 개선으로 10년 전과 같은 위기 재연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새로운 위기가 도래할 경우 중앙은행의 추가 대응이나 글로벌 공조 가동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지금 세계 경제는 리먼 파산 직전보다 위기에 더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 10년 만에 글로벌 경제가 안게 된 최대 취약점은 급격하게 불어난 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빚을 내 돈을 풀면서 63조달러의 국가 부채를 포함해 전 세계 총부채는 현재 237조달러를 넘어섰다. 리먼 파산 당시보다 무려 70조달러 늘어난 규모다. 특히 글로벌 부채 규모는 지난 10년간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증해 터키·아르헨티나 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행보 속에 최근 외환위기를 맞는 원인이 됐다.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금융위기를 촉발한 선진국의 과도한 부채가 이제는 신흥국 부채 급증으로 전환됐다”며 “이것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2008년만큼이나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0년 전 각국 중앙은행들이 위기 진화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과 달리 지금 위기가 재연될 경우 각국 통화 당국의 대응 여력은 크지 않다. 연준을 비롯해 ECB와 일본은행(BOJ) 등 각국 중앙은행은 리먼 위기 당시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는 등 막대한 자금을 풀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1.75~2.00%) 수준이고 ECB와 BOJ는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발발할 경우 중앙은행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다.

아울러 양적완화로 불어난 중앙은행들의 자산이 총 15조달러 규모까지 확대된 점도 리먼 파산 당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과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과정에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했듯 향후 ECB 등이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되면 중앙은행이 오히려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정치적 대응력이 10년 전보다 현저히 약해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기 이후 빈부 격차의 확산 속에 미국과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각국에서 정치적 구심력은 약화하고 극우·극좌 등 실험적 정치세력이 제도권에 진입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맏형 격인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이 지연돼 5개월 만에 새 내각이 출범했으며 유럽에서 다음 위기의 진앙 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경우 3월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승리해 유럽 금융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력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치 지도자들이 늘면서 10년 전 금융위기 해결의 모태가 됐던 주요20개국(G20)과 같은 국제 공조체제의 가동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국민투표를 가결해 EU 분열의 시대를 쏘아 올렸다. 과거 국제 문제 해결을 주도해온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중국 등 경쟁국은 물론 캐나다와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하는 무차별적인 보호무역 공세로 또 다른 위기의 불씨를 던지고 있다. 위기 시 한목소리를 내온 선진국 모임인 주요7개국(G7)은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과 나머지 국가 간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0년 전 G20이나 IMF가 각국의 협력 속에 금융위기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지만 분열된 EU나 트럼프의 미국이 그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위기를 관리할 여력이 크게 약해진 한편으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발전과 암호화폐의 등장 등으로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낼 변수는 늘어났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증시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초단타매매(HFT)가 인덱스펀드 등을 중심으로 급증해 지수가 ‘갑작스러운 붕괴(flash crash)’를 맞으며 시장이 단기 패닉에 빠지는 사례가 2010년 이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대폭락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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