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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GLOBAL 500 | 442위 SK하이닉스

선제적 투자와 기술 혁신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리딩기업 부상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세계 500대 기업(FORTUNE GLOBAL 500)에 첫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반도체 시장 호황과 맞물려 그동안 진행해온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전략이 크게 빛을 냈다. 당당히 세계 500대 기업에 오른, 그것도 첫 진입부터 442위에 오른 SK하이닉스를 성과들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M14 전경.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매 분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이젠 새롭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미운 오리새끼’, ‘골칫덩어리’로 평가받았던 SK하이닉스가 이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리딩기업,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신규·재진입한 기업 중 15위

SK하이닉스는 올해 442위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에 첫 입성했다. SK하이닉스와 함께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처음 진입한 기업들의 면모는 꽤 화려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가전기업 ‘칭다오 하이얼(Qingdao Haier)’,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독일 대표 유통 브랜드 ‘메트로(metro)’ 등이 SK하이닉스와 함께 리스트 첫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 사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매우 돋보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포춘 글로벌 500 리스트에 처음 혹은 재진입한 기업 총 33개 중 15위(연결매출 기준)에 올랐다. 이익(Profits) 기준으론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 톱3(매출 기준)는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였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매출 증가세를 보인 기업은 단연 SK하이닉스였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 급증한 177억 5,400만 달러(한화 약 19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위 15개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었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D램 시장의 견고한 흐름이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가운데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그 만큼 D램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2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예정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여전히 견조한 서버 수요 등이 있기 때문에 D램 가격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과 통 큰 투자

포춘 매년 선정·발표하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FORTUNE GLOBAL 500) 리스트는 전년 연결기준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선정한다. 다시 말해 이번에 발표한 ‘2018년’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느는 지난 2017년 매출 기반 순위라는 것이다.

기자는 이번 기사를 위해 2017년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을 살펴보던 중 다소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17년 국내 30대 그룹의 영업이익 총 합계에서 ‘반도체 투 톱’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50.7%·약 48조 원)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인을 찾지 못해 헤매기까지 했던 이 회사가 불과 10년 만에 국내 최고 기업 중 한 곳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통 큰 투자’를 지속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리고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업황이 어려울 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가, 업황이 좋을 땐 흐름을 타기 위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두 사람의 한결같은 전략이었다.

우선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고 진두지휘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재탄생한 이후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하이닉스 인수 후 SK그룹은 약 4조 원을 하이닉스의 생산성 강화를 위한 설비 증설에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경쟁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유로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있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공장 생산라인.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미래를 내다봤다. 이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최태원 회장의 철학과 SK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이하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수전에서 보여준 최태원 회장의 놀라운 뚝심과 통 큰 투자는 SK하이닉스의 힘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만 해도 업계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려 있었다. 도시바 인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론자’와 도시바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에 의문 부호를 다는 ‘부정론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최태원 회장의 의지는 단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인수전 초기에는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도시바 경영진을 만났고, 그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SK하이닉스의 전략을 이해시키는 데 집중했다.



SK하이닉스의 단독 입찰에서, 한미일 컨소시엄 입찰로 상황이 바뀐 후에도 최태원 회장의 뚝심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 베인캐피털 중심의 한미일 컨소시엄이 구성된 뒤에도 최 회장은 인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강행했다. 특히 도시바 인수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중국 정부의 반독점 승인 심사 당시, 최 회장의 역할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지난 6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컨소시엄은 도시바 인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아왔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에서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성장에선 박성욱 부회장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3년부터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며 3연임에 성공했다. 사실 박 부회장의 연임은 예견된 결과였다. 매년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경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의 능력은 SK하이닉스의 이른바 ‘기술 초격차 전략’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박 부회장은 대표 취임 이후 줄곧 ‘기술 중심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기술 중심 리더십’이란, 변동이 심한 글로벌 반도체 업황 속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확고한 기술 경쟁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공식 석상에서 꾸준히 ‘기술력 강화’를 천명해왔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날이 갈수록 메모리 시장의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기술과 제품 역시 날로 복잡·다양해지고 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청주 신규 M15 공장 건설과 우시 공장 확장을 동시에 진행,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2017년은 혁신과 성장의 해

앞서 언급했듯 이번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는 각 기업의 2017년 실적을 기반으로 선정·발표됐다. 당연히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연결기준 매출 30조1,094억 원, 영업이익 13조7,213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간 실적도 신기록이었다.

[사진=SK하이닉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사업과 실적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혁신’과 ‘성장’이다. 우선 혁신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는 2017년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업계 최초’의 다양한 혁신적 제품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4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속도가 2배 빨라지고, 저장능력은 1.5배 확대된 제품이었다. 한마디로 데이터 저장 능력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혁신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72단 3D 낸드플래시 신제품 개발 이후 실제 양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3개월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분야의 ‘신흥강자’에서 ‘절대 강자’로 도약하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SK하이닉스가 보여준 또 하나의 혁신은 세계 최고 속도의 그래픽카드용 D램 개발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자율주행 자동차 등은 모든 글로벌 IT 업계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 이를 상용화시키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핵심 부품 중 하나인 고성능 그래픽 메모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당시 개발한 그래픽 카드용 D램은 초당 768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이었다. SK하이닉스는 전작보다 두 배 빨라진 데이터 처리 속도, 전력소비량 10% 감축 등 강력한 사양으로 남다른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혁신의 밑바탕에는 선도적 투자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꾸준히 투자액을 늘려왔다(2016년을 제외). 2017년에는 회사 설립 후 최초로 연간 투자액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영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7월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중 8조 원 이상의 시설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투자액은 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과 ‘빅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으로 갈라져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요를 감안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처럼 기술 혁신과 선제적 투자 노력을 지속한다면 내년에 발표될 2019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에도 SK하이닉스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SK하이닉스가 포춘 글로벌 500 리스트에서 어떤 순위를 보여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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