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과 과학기술원 교수가 해외 허위 학회인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참석하며 지난 5년간 1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녹을 받는 연구원과 교수가 해적단체라는 점을 인지하고도 국가 R&D(연구개발) 과제로 받은 돈을 소진하거나 손쉽게 논문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의로 학회 참석을 빌미로 외유를 다녀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된다.
박광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출연연과 4대 과학기술원 대상 기관별 지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하지만 와셋과 오믹스 이외에도 수많은 해적학회가 있는데다 이번에 파악된 낭비금액은 과기정통부가 연구원과 교수를 대상으로 가짜학회 참가를 위한 항공료, 참가비, 출장비 등 파악가능한 것만 대상으로 했기에 실제로 부당하게 사용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이 공개한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21개 출연연의 연구원 184명이 와셋과 오믹스 출장을 위해 총 7억7,498만원을 지원받았다. 출연연 중 출장비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총 1억2,153만원을 받았다. 한의학연구원의 26명이 31회에 걸쳐 부실학회에 참여했는데 이 학회에 2회 이상 참가한 연구원도 5명이나 됐다. 이어 한국건설기술연구원(1억1,258만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7,764만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7,276만원) 등의 순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6,204만원), 한국기계연구원(4,180만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3,634만원), 한국식품연구원(3,542만원)도 적지 않은 돈을 썼다.
4대 과기원의 경우에는 76명이 총 2억7,125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곳은 카이스트로 1억1,992만원에 달했다. 이어 대구경북과학기술원(6,541만원), 광주과학기술원(5,637만원), 울산과학기술원(2,953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정부 산하 기관의 연구원과 국립대 교수들이 해외 ‘가짜학회’에 참여하고 이를 실적으로 보고하는 등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가짜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국가 R&D(연구개발)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발생했다. 해외 학회들의 부실 여부에 대해 정부기관이 검증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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