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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우리는 구경거리가 아니에요"…철창 밖 자유, 죽어야 얻는다

[거세진 "동물원 폐지" 목소리]

"인간의 유희 위해 만든 동물원 없애야"

"교육적 측면서 순기능 많아" 주장 팽팽

작년부터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됐지만

사육기준 모호·처벌조항 없어 개선 필요

동물원 개원 마땅한 제한 장치 없어

환경부 '등록제→허가제' 전환 착수





“동물원을 폐지해주세요.”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있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고문”이라며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내용이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4시간30분 만에 사살된 직후 올라온 청원글에 동참한 시민은 금세 5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관련 청원만 200건이 넘는다. 시민들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동물복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동물원 없애라”vs“순기능 많다”=뽀롱이가 지난달 18일 오후4~5시 사이에 동물원을 탈출할 수 있던 것은 전날 청소를 하고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던 한 직원의 실수 탓이었다. 4시간 조금 넘는 자유를 누렸던 뽀롱이는 마취총을 맞고도 끝까지 도망가다 결국 사살됐다. 사람의 실수가 애꿎은 동물의 죽음을 불러온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뽀롱이 사체를 박제해 교육용 표본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 청원이 넘쳐났고 동물단체도 동물권 보호를 주장하며 동물원을 없애자는 운동에 나섰다. 한 청원자는 “드넓은 자연을 누비고 다녀야 할 동물들이 좁은 우리 안에 갇혀 평생을 살고 있다”며 “동물은 사람의 구경거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동물원이 순전히 인간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교육적 측면에 희귀동물종 보전, 동물연구 등의 순기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무턱대고 동물원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동물원 내 동물들의 서식환경과 동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동물원수족관법 시행됐지만…‘반쪽짜리 법’=동물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정치권의 움직임은 더디다. 지난해 5월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은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 ‘창경궁’이 개원하고 100년 만에 처음 만들어진 동물원 관련 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동물원 설립과 운영의 근거만 마련했을 뿐 적절한 사육환경이나 관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법안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



지난해 10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원수족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유다.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동물원과 수족관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차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동물관리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면서다. 생물의 종 특성에 맞는 종별 관리지침을 정하고 이를 동물원에 제공할 것을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정안은 동물 관리 계획의 수립 주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동물에게 적절한 서식환경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처벌조항마저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등록제→허가제’ 전환해야=전문가들은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 설립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종이 한 장이면 동물원을 만들 수 있다. 해당 시도 지사에 시설의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보유 개체 수와 보유 멸종위기종 개체 수를 등록해야 한다는 조항 외에 마땅한 제한장치가 없다. 보유 생물의 질병 관리나 서식환경 제공, 안전관리 등의 계획을 이행하는지를 점검하는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동물원 허가제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이달 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빠른 시일 내에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지난해 10월 ㈜에코파이에 의뢰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마련’ 연구용역 결과를 일부 반영한다. 연구용역은 허가제 전환을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에 동물·직원·방문객 등이 상해를 입지 않고 질병 전파 등도 이뤄지지 않도록 시설과 환경 및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동물복지를 위한 적절한 시설과 환경 및 수의학적 관리체계 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구체적인 일정은 지켜봐야겠지만 최대한 빨리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 설립 과정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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