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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각장애인에 5년째 책 읽기 봉사 이지영씨 "책 읽어드렸을 뿐인데…제가 더 행복해요"

"남을 위한 일이라지만 큰 보람

아이에 일상 속 봉사 가르치려

예절강사 등 적극적으로 활동"





“그저 편안하게 시를 읽어드렸을 뿐이고 시의 감성에 딱 어울리는 목소리를 듣게 됐다는 인사를 받았지만 사실 그 순간 행복은 제 것이었습니다. 봉사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일이랍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를 찾는 시각장애인에게 봉사하고 있는 이지영(사진)씨가 가장 보람이 컸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어느 날 1대1 대면 낭독을 예약한 이용자가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집 ‘이곳에 살기 위하여(민음사)’를 읽어달라고 주문하자 이씨는 차분히 시집을 펼쳐 한 줄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용자는 어느새 감성에 젖었고 이씨는 그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시를 선사했다. 이씨는 “시를 다 읽고 나자 엘뤼아르의 시에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찬사를 연거푸 하시고는 도서관에 맡겨둔 시집을 되찾아 선물이라며 제게 건넸다”면서 “평생 받아보지 못한 과분한 칭찬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면서 활짝 웃었다.

오는 11월4일은 점자의 날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발표한 1926년 11월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올해 92주년을 기념해 시각장애인연합회와 도서관협의회가 주최하는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씨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6월 즈음으로 지금까지 400여시간 동안 대면 낭독, 문서 작성 및 정보검색 지원 그리고 동영상 자막화 등을 해왔다. 그의 자원봉사활동은 장애인정보누리터가 처음이 아니다. 1991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일찌감치 결혼해 살림살이와 아이 키우기에 집중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전업주부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매 순간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예절강사, 동화 구연, 집단상담 등을 하면서 아이와 눈을 맞춰갔다. 그는 “사교육에 올인하며 내 것만 주장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면서 “생활 속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찾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내친김에 방송통신대 교육학과를 거쳐 경희사이버대 대학원 글로벌한국학과를 수료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특수교육학과에 관심이 많았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키우게 됐다”면서 “자원봉사는 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나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그의 경력은 2010년 충남 서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입사하면서 한국어 강사로 변신해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2017년에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폴란드 포즈난시에 1년간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국내에는 38개의 점자도서관과 6개의 청각장애인 도서관이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장애인정보누리터에는 매일 20여명의 이용자가 찾아온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약 80명으로 1대1로 책을 읽어주는 대면 낭독, 문서 작성 및 정보검색 지원, 동영상 자막화, 그리고 도서 녹음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 서비스에 필요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시각장애인 숫자는 약 25만명으로 그중 중도실명자가 약 70%에 이른다는 것이 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애인정보누리터를 찾는 이용자들은 중도실명자가 대부분으로 독서활동 등 정보 이용에 적극적이었던 계층이다. 이씨는 “인천에서 침구학을 연구하시는 분은 매주 한 번 이곳에 들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찾고 공부하고 갈 정도로 열정적”이라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보람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에는 좋은 일이 참 많구나 하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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