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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원국 작가 "국가발전에 매몰된 인간성 찾아야"

탐험하는 인류학자 공원국의 첫 소설

'가문비 탁자(나비클럽 펴냄)' 출간

중국 현대사 관통하는 사고 속에서

나약한 인간에서 벗어나 고귀한 가치관

찾고자 애쓰는 주인공으로 이야기 풀어

인세 파미르 생태마을 프로젝트에 기부





인류학자 공원국(사진)씨가 첫 장편 소설 ‘가문비 탁자(나비클럽 펴냄)’를 들고 돌아왔다. 현재 중국 푸단대에서 유목(遊牧)문명과 정주(定住)문명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현장답사를 위해 중국 오지와 유라시아 대륙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탐험하는 인류학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지난해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춘추전국이야기(총 11권)’를 끝내고 잇따라 출간한 소설 ‘가문비 탁자’는 역사서로 풀지 못했던 그러나 저자가 현장에서 목도한 중국의 현대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2008년 스촨성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과 티벳의 국경지대로 실제 그가 답사한 도시이지만 실명을 차마 거론하지는 못했다. 중국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화로 인해 소외되는 인간성에 관련된 문제는 비단 중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는 사고가 터져도 금세 잊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지난 7년간 답사와 집필 과정에서 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부단히 발굴해 낸 인물들이다. 한국에서 티베트로 여행을 떠나 지진이 발생하고 가문비 탁자로 두 아이와 함께 몸을 숨겼으나 끝내 빛을 다시 보지 못했던 한국인 허지우, 중국 스촨성 정부 건설청 감리 담당 공무원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나약한 지식인 왕빈, 티베트 대목수의 아들로 생태건축을 꿈꾸며 건축회사를 세웠으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는 말단 시행업자로 전락한 체링, 그리고 퇴역한 중국 공병대 장군 장인우 등 네 명의 남자와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듯한 티벳의 여자 페마 등이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문명의 발전 과정에 짓밟힌 개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로 엮었다. 이야기의 기둥 줄거리는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무기력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과 지진대 위에 잇따른 댐 건설도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 정부와 지진이 발생한 후 희생되는 지역민들의 처참함이 덤덤하게 그려진다.

2008년 스촨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에 있었던 그는 “2016년에도 지진이 있었으며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수백명씩 수몰되거나 사상자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잊혀지는 현상이 기이하기만 하다”면서 “중국의 현대화 과정에서 약 10 퍼센트는 부를 축적하고 있고, 그 아래의 10 퍼센트 정도는 ‘우리도 곧 부자가 된다’는 꿈을 꾸며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는 참아야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결국 나머지 80퍼센트의 사람들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공 작가는 “중국 답사를 하면서 내가 바라 본 중국의 현대사를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빌려 풀어냈다”면서 “지진이 발생하고 사상자가 발생하는 현장을 답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진대 위에 건설된 도시는 허구인듯 허구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주지로 끊임없이 사고가 나고있지만 당국에서는 눈을 감고 외부로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며 “소설의 등장인물을 만들기 위해 구상하는 과정에서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개인의 비극을 확인한 후에야 나온 인물이기 때문에 악몽도 여러 차례 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인간에게 문명은 무엇이며 개인의 삶과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공 작가가 서둘러 서울에 온 목적은 출간기념회 참석 외에 한가지가 더 있다. 키르기스스탄 파미르 고원 사리모골 ‘생태마을 프로젝트 후원회’ 모집이다. 인류학자로서 연구과제이기도 한 유목문명 탐사를 위해 그는 현재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의 목축지대에서 유목민과 생활하며 현장조사를 수행하며 유목민의 ‘대안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공 작가는 “생태환경이 비옥하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라 목장을 운영하기에 안성마춤이지만, 최근 이곳에 탄광이 개발되면서 물과 공기가 오염돼 이곳 주민들의 거주가 위험에 처했다”며 활기를 띠며 설명했다. 연구하기도 바쁜데 굳이 그들을 돕고자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라고 단언하고는 “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관찰자로 남아있어야 하기에 직접 그들의 삶을 개입할 수는 없지만 천혜의 생태환경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이곳 주민들을 돕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저자는 소설의 인세를 보태고 출판사는 책 판매의 수익금 일부를 생태마을 프로젝트에 쓸 예정이다. 출간기념회를 겸한 파미르 생태마을 프로젝트 후원의 밤은 오는 11월 1일 저녁 7시 출판문화기념회관에서 열린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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