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혁신성장, 타협 능력에 달렸다

산업·민주화 세력의 대립으로

개혁 발목잡혀 저성장·양극화

방향 합의 거버넌스 역량 중요

<105>문제는 거버넌스

창조경제이사회 이사장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문제는 거버넌스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은 ‘싸우면서 일하자’는 행동력이었다. 영국인은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지 않고 한국인이 건너고 두드린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인은 저돌적 추진력으로 세계 최빈국을 10위권 국가로 끌어올렸다. 전 세계는 칭송하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을 배워 갔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는 출생률 최저, 자살률 최고 등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성장에 따른 분배의 양극화가 초래한 현상이다.

정경유착의 고도성장기에 이룩한 부에 대해 다수의 국민은 공정성에서 동의하지 않는다. 가진 계층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재테크에 몰입하고 사회를 연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가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는데 개인의 불만은 커지게 됐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지난 1995년 대한민국의 부의 분배는 상위 10%의 소득이 29%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양극화가 작은 국가였다.

1997년 IMF 국가부도 위기를 거치면서 저돌적인 한국인들이 갑자기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가 강화되면서 가장 혁신적이던 한국의 공무원 조직은 복지부동을 넘어 엎드려 눈만 돌리는 ‘복지안동’ 모드에 진입했다. 규제와 지원을 통한 권력 확보가 각 부처의 목표가 됐다. 부처 간의 영역 다툼 경쟁은 가두리양식형 구조로 평화를 찾아갔다. 그 결과 예산은 낭비되고 융합형 산업의 탄생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으로 몰려갔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칭송한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기업들은 시대정신인 개방협력을 외면하고 개별 경쟁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지나친 보안 강화로 협력을 차단하고 있다. 안정이라는 작은 가치는 혁신이라는 큰 가치의 적이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것의 적은 좋은 것이라고 한 이유다. 대한민국은 소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요소 투입과 자본 투입의 효율주도 성장 단계를 거쳐 혁신주도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앓아왔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경계로 일본·이탈리아·영국·독일 등의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3만달러 근처에서 마이너스 성장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열심히 하는 효율에서 다르게 하는 혁신으로 가는 길목에서 방황한 것이다. 안정에 함몰돼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다.

안정은 틀리지 않는 결과를 의미한다. 혁신은 틀림을 통해 새것을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맨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온 세대에 안정된 집과 직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다. 적어도 자식들에게는 본인들이 겪은 치열하고 험난한 삶을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벤처 창업은 반대하나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은 환영한다. 그 결과 국가는 급속히 늙어가게 됐다.

양극화보다 나쁜 것은 저성장 양극화다. 드디어 2016년 대한민국 상위 10%의 소득은 전체의 48%를 넘어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양극화가 심한 국가가 됐다. 역설적으로 산업화 시대보다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부의 양극화는 극심해진 것이다. 양극화의 최대 원인은 저성장이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대립으로 혁신성장으로 가는 제도 개혁의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효율에서 혁신으로 성장과 분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방향을 합의하는 거버넌스가 국가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원격의료와 카풀 등의 사례를 보자. 공유경제로 국가 전체의 후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충분히 타국의 사례로 입증됐다. 문제는 소수의 조직화한 피해 집단의 극심한 반대다. 국가 역량은 전체 이익의 일부를 부분의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과정의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국가 전체를 위해 조정하는 능력이 바로 국가 거버넌스 역량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