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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못미더워 개인연금 갔더니…여기도 ‘꽝’

국민연금 올 10조원 투자손실 등

조기고갈론에 개인연금 의존도 ↑

생애주기형 펀드 ‘TDF’ 인기몰이

올해 개인 퇴직연금 가입 규모가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10조원 이상 손실을 내는 등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특히 은퇴 시기에 맞춰 자산을 알아서 배분해 투자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조차도 안전하지 않았다. 검은 10월 증시에 직격탄을 맞아 수익을 내고 있는 TDF 상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자산운용사들은 “연금상품은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항변하지만, 은퇴 시점 금융시장에 따라 원금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현재 개인 퇴직연금 증가액은 2조7,14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15년의 2조4,786억원을 앞질렀다. 연말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증가분(9,191억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전체 설정액은 13조5,561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원 돌파 후 가파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민연금 조기 고갈론이 대두되면서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예상보다 이른 2056~2067년에 바닥날 것이란 비관론이 퇴직연금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현 제도하에서 국민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령 연령도 68세까지 늦출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특히 갈수록 은퇴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수령시기(만 65세)와의 공백이 커짐에 따라 퇴직연금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올 퇴직연금 증가액 2조7,141억

작년 증가분의 3배로 ‘역대 최대’

국민연금의 초라한 성적표 역시 개인을 퇴직연금 시장으로 눈돌리게 하는 주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투자로 9조9,580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 7월 말까지 국내주식 수익률은 -6.01%에 그쳤다. 지난 6월 말의 -5.30%보다 0.71%포인트 더 하락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액티브주식펀드에선 4,164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퇴직연금에는 5,782억원이 몰렸다.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퇴직연금상품에 넣은 셈이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퇴직연금의 1년 수익률도 -2.51%로 마이너스에 그쳤지만 이 역시 국민연금보다는 선방한 수준이다.

생애주기형 펀드로 불리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돌풍 역시 퇴직연금 가입 계층을 낮춰 고객군을 확대하면서 퇴직연금을 견인하고 있다. 이 상품은 목표 은퇴 시기에 해당하는 장기펀드에 가입하도록 돼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TDF는 최근 설정액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TDF 시장 규모가 7,000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10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특히 삼성자산운용 TDF 시리즈는 최근 수탁액 5,1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중 주식비중이 가장 높아 젊은 층이 선호하는 2045 상품의 수탁고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연금상품에 젊은 고객층이 두터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 증가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국민연금 고갈과 노후빈곤에 대한 불안감이 투영된 결과”라며 “고령사회와 노후불안, 공적연금 불신에 과거보다 퇴직연금 가입연령이 낮아진 것 역시 퇴직연금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돌풍’ 일으키는 TDF 믿을 수 있을까



10월 한달 평균 수익률 -9%…7년 간 돈 쏟아부어도 원금 회수 못해

만기 많이 남은 상품일수록 손실 커…“매니저 잦은 교체로 수익률 영향”

“장기적립 투자 어려운 구조” 비판도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설정된 TDF는 57개로 이 중 수익을 낸 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지난 10월 한 달만 보면 수익률이 -9%에 달할 정도로 손해가 크다. 2011년 6월 설정된 가장 오래된 상품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3.59%다. 7년 이상 꾸준히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최근 증시 상황이 나빠지자 원금을 까먹게 된 것이다.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국내외 시장 흐름을 판단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개인을 대신해 운용사가 미리 설정해놓은 시점까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며 자금을 운용한다. 가령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게 담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폭락장에서는 자산 비중에 따른 손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파고를 비껴가지 못했다. 주로 만기가 많이 남은 상품일수록 손실이 컸다. ‘KB온국민TDF2050(주혼-재간접)A’가 지난 한 달간 -8.89%로 추락했고 ‘키움키워드림TDF20401(혼합-재간접)C’가 -7.87%로 뒤를 이었다. ‘삼성한국형TDF2045H(주혼-재간접)-Cf (-7.63%)’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5년[자](주혼-재간접)C-C-I (-7.43%)’ 등 만기가 2040~2050년인 상품의 성적이 저조했다. 반면 2020년대 만기 예정으로 비교적 주식 비중이 낮은 상품들은 손실폭이 적었다.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25년[자](채혼-재간접)C-C-I’ -2.71%, ‘신한BNPP마음편한TDF2025(주혼-재간접)(C-C-i)’ -3.15%, ‘삼성한국형TDF2020H(채혼-재간접)-Cf’ -3.20% 등이다.

상황이 이렇자 TDF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사후관리 유지가 힘들고 투자 비중 조절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 소장은 “금융사들이 매년 경영실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장기 상품보다 수수료가 높은 단기 금융상품 판매에 치중하거나 매매 회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펀드매니저 평균 경력은 약 5년으로 장기 펀드를 운용하면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면 수익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상으로 장기 적립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100에서 50이 되는 것은 50%만 떨어지면 되지만 50에서 100이 되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며 “그만큼 손실이 크면 만회하기는 더 힘들다. 젊을수록 위험을 줄이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주기에 따라 ‘고위험·고수익→저위험·저수익’으로 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위험·저수익’으로 적립식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는 기본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에 특화된 초장기 연금상품”이라며 “최근 좋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세 하락장에서 일반 해외 주식투자 상품보다는 훨씬 우수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김보리·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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