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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수 한둘 바꾼다고 경제 못살린다

김정곤 시그널 팀장





“삼성전자·현대차 등 믿을 만한 대기업의 실적마저 꺾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신호라고 봅니다. 대전환이 없으면 성장률 3%대 달성은 영원히 힘든 저성장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구조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요즘 얘기가 아니다. 기자가 3년 전인 지난 2015년 8월 서울경제신문 창간 특별인터뷰로 만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고언(苦言)이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3년이 지난 인터뷰를 다시 꺼내 본 것은 경제 문제에서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졌다.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우리 경제는 더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고 반도체 호황 덕분에 수출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데 경제의 기초체력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시 김 원장은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나 경제주체들이 기존과는 다른 자세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노동·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구조개혁이라는 말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 특히 노동 분야에서는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가 됐다.

김 원장의 당시 발언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김 원장은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찾아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를 돌아보면 기업 창업가들은 큰 꿈을 가지고 움직이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등 운도 따랐지만 어떻게든 이루겠다는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 2·3세들이 선대 회장 때처럼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공격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대기업의 관료화도 경계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 안팎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공격보다는 수성에 무게를 두는 현실도 이해가 간다.

더구나 정부가 기업을 대하는 태도로 봤을 때 기업가 정신은 기대 난망이다. 대기업이 무엇을 하든 적폐로 몰아붙이는 집권 여당과 노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을 하기 힘든 나라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고 있다. 70년 역사의 의류 업체인 독립문은 오너 스스로 기업을 내놓았다. 지금은 소득이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는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제를 시장에만 못 맡긴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가 경제부총리를 교체할 모양이다. 장수 한두 명 바꾼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뛰어놀 경기장만 만들어라. 그 뒤는 기업들의 몫이다.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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