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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칼럼]'보헤미안 랩소디' Mama 오늘 '퀸'을 만났어요

  • 최상진 기자
  • 2018-11-06 13:22:24
[최상진칼럼]'보헤미안 랩소디' Mama 오늘 '퀸'을 만났어요

처음 퀸의 노래를 들은건 1999년 수원삼성이 부산대우로얄즈를 꺾고 프로축구 K리그에서 우승하던 순간이었다. 샤샤가 머리로 넣었는지 손으로 넣었는지 모를 결승골에 푸른 옷을 입은 모르는 형들과 어깨동무하고 ‘위 아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만 줄곧 따라부르던 중학생 시절의 비오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이후 퀸은 ‘힘’으로 기억됐다. 쿵쿵짝 쿵쿵짝 박자부터 역동적인 ‘위 윌 락유(We Will Rock You)’ 등 그들의 음악은 강한 선율, 흥얼거리기 쉬운 리듬, 즉 응원가로 항상 곁에 있었다. 그 당시 대세는 웨스트라이프와 엔씽크 같은 보이그룹이었으니까.

그날로부터 20여년 가까이 흘렀다. 축구장에서 소리지르던 소년은 노래 가사를 번역해 뜻을 풀어보고, 1985년 개최된 ‘라이브에이드’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삐죽 튀어나온 새치를 뽑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장가가서 술 한잔 걸칠 이들이 드물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그 강렬했던 퀸의 음악에 숨겨진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전사, 그중에서도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따라간다. 이들의 만남부터 히트곡의 탄생과정, 최고의 공연으로 손꼽히는 라이브에이드 콘서트까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연도별로 나열하면서 그들의 명곡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최상진칼럼]'보헤미안 랩소디' Mama 오늘 '퀸'을 만났어요

단조로웠다. 처음 봤을 때는. 과거 흘려들었던 히트곡들의 사운드에 쿵쾅거리다, 이면에 담긴 이야기에 뭉클하다, 전기영화가 그렇듯 해석할 필요 없이 즐기면 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 뭉클함과 뛰는 가슴만 부여잡고 극장을 나서며 “와 쩐다”고 말하는 딱 그정도.

“꼭 사운드가 좋거나 상영관이 큰 곳에서 봐야 한다”는 말에 혹해 다시 스크린X 상영관을 찾았다. 라이브에이드를 재현한 클라이맥스에 웸블리 구장을 가득 채운 펄펄 나는 관객 사이에서 끝내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 전기영화와 결이 다른 그들의 삶 이면에 숨겨진 성장과 고통, 그리고 메시지를.

작품의 구간을 나누는 노래는 크게 세곡이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와 ‘위 윌 락유’, 그리고 ‘위아 더 챔피언.’

보헤미안 랩소디는 ‘방랑자·자유분방한 예술가’를 뜻하는 보헤미안과 ‘광시곡·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환상곡’인 랩소디를 합친 단어다. 마음대로 의역하자면 ‘자유로운 예술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환상곡’ 정도.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말하는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노래는 부적응, 사회적 외면에 따른 고통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사에 ‘살인’을 집어넣었다.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삶이 막 시작한 참이었는데 모든걸 망쳐버렸어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하는 발라드에서 오페라로, 또다시 록으로 장르를 전환하며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해’라고 소리친다.

창작의 고통이든 삶의 고통이든 극적인 스트레스를 벗겨내라는 노래의 의미를 너무 추워서 손등이 갈라지고 피가 흐르던 GOP에서 군 생활하던 당시 알았다면 마음이 조금은 편했을까. 아니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극에 달해 도피하기 직전 알았다면 며칠은 더 잠자코 있었을까.

[최상진칼럼]'보헤미안 랩소디' Mama 오늘 '퀸'을 만났어요

아웃사이더로 시작한 이들의 삶은 스타로 솟아오르며 박진감이 넘친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노래에 환호하는 전성기의 첫걸음에서 퀸은 ‘위 윌 락유’를 만들어낸다. 관객이 부르고 ‘우리가 널 흔들겠다’며 자신감을 쏟아내는, 악기 없이도 가장 강렬한 곡은 이들의 뜻대로 오늘까지도 시작과 동시에 발을 구르고 박수치게 만든다.

영화는 ‘위 윌 락유’ 이후 삶의 정점을 찍었을 때의 자만, 오만, 그로인한 나의 파괴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프레디 머큐리를 통해. 성 정체성의 혼란과 믿었던 이들의 배신, 홀로 고립되가는 과정에서 그는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한다. 홀로 피아노 위에 올려진 갓스텐드를 켰다가 껐다가, 미칠 듯 즐거운 파티 뒤에 홀로 남겨진 허무함은 술로는 달래지지 않는다. 그저 허망할 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생각한 순간, 최악으로 무너진 순간, 극적으로 자신의 뮤즈와 멤버들을 만나며 그는 깨닫는다. 가족이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멀리 있지 않음을. “프레디 넌 전설이야”는 말에 “우리가 전설이지”라고 답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그렇게 굴곡진 몇 년을 뒤로 하고 라이브에이드(Live Aid), 그 역사적인 20분의 공연으로 시간은 흐른다.

관객들이 소리 없이 따라부르거나, 오열하거나, 입을 다물지 못하는 라이브에이드를 그대로 재현한 신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위 아더 챔피언’이다. 이 곡이 위대한 또다른 이유는 하이라이트인 ‘위 아더 챔피언’이 나오기 전의 가사다. ‘최선을 다했어. 시간이 흘러 형벌을 다 받았지. 죄를 짓거나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어. 그저 아주 사소한 실수는 저질렀지. 비난과 욕설이 있었지만, 바로 그것을 이겨냈지’까지를 우리는 아주 많이 빼먹는다.

그리고 나오는 ‘우리는 승리자라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패배자를 위한 시간은 없다고, 우리가 세상의 챔피언이기에’라는 목소리. 웸블리에 모인 모든 사람과 함께, 옆에 앉은 이름 모를 형들과 함께 훌쩍였다. 누구에게나 역경이 있어도 결국 네가 해결하고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왜 그리 돌고 돌아 이렇게 뒤늦게 다가온 걸까.

[최상진칼럼]'보헤미안 랩소디' Mama 오늘 '퀸'을 만났어요

1970년부터 1985년까지의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담아낸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 곡에 담겼다. 이들의 꿈, 밴드의 목적, 꿈꾸던 성공, 뜻하지 않은 갈등. 자신으로부터의 패배, 이를 딛고 일어나 다시 10만 관중 앞에 서기까지. 이것이 퀸이며 그들의 음악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순간 그 어떤 뮤지컬의 현장보다도 더 격렬한 실재감으로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다.

지난 5일 트와이스의 컴백 쇼케이스 현장에서 시작을 알리는 쿵쾅거리는 리듬이 온몸을 때리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웸블리의 한복판에 선 느낌을 받았다. 대체 퀸의 위력이라는게 얼마나 대단한 걸까. 다 커서야 그들을 알게된 록 문외한은 한동안은 여왕의 요염한 매력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을듯 하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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