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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조사 유통비 늘어 휴대폰값 오를수도

휴대폰 완전자급제 법제화 - 반대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구입·가입 원스톱서비스 안돼 혼란·불편

● 유통업서 일하는 수만명 실업자로 내몰려

● 법 보다 소비자 선호·시장기능에 맡겨야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완전자급제 법제화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6일 ‘완전자급제 2.0’ 법안(전기통신사업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통신서비스 판매만 전담하고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맡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단말기와 서비스의 부분 묶음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번 법안은 아예 묶음 판매를 금지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이통시장이 고가 휴대폰과 요금제 끼워팔기가 일반화되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부는 당장 법제화보다 자급제 활성화부터 하자는 입장이다. 완전자급제 법제화 찬성 측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 가격경쟁이 본격화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요금부담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더라도 요금 인하 폭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제조사의 유통비용 상승에 따른 휴대폰 가격 인상, 기존 유통점 폐업으로 인한 실업 문제가 우려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업무를 분리해서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서비스 가입과 고객관리(CS) 업무는 이통사가 전담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단말기 제조업체 간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도 떨어지고 통신사업자 간 경쟁과 유통망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통신서비스 요금도 인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직접 구입해 서비스가입과 CS만 이동통신사를 통해 하는 자급제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도입돼 있으며 그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사서 서비스에 가입하는 협의의 자급제 시장은 아직 8%에 불과하나 이통사 대리점에서 보조금 없이 구입한 공폰이나 중고폰을 이용해 약정할인 서비스에 가입하는 광의의 자급제 서비스가입자는 이미 전체 가입자의 절반에 가까운 2,5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자급제 시장은 이미 활성화되고 있어 법률을 통한 완전자급제 도입은 자칫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된다.

완전자급제 도입의 근거로 제시되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사 간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이 인하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맞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단말기시장은 삼성이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시장이자 고가폰이 선호되는 시장이다.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저가 폰들이 맥을 못 추고 보편요금제보다 더 싼 알뜰폰 사업자들도 프리미엄폰 라인업의 부족 때문에 가입자가 줄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국산폰은 출고가가 외국에 비해 다소 높기는 하나 이는 제조사 장려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그만큼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유인이 있다. 지금까지 단말기를 도매로 이통사에 제공하던 제조사들이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직접 판매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통사업자 간 경쟁과 유통비용 절감으로 요금이 인하된다는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이통사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뿌리며 점유율 경쟁을 하던 시기라면 맞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하면서 보조금 살포를 통한 과당경쟁은 이미 사라졌다. 지금도 신규 단말기가 출시될 때 일부 집단상가에서 공시 이상의 보조금을 뿌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공짜폰이나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판매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통신 유통종사자 수도 한때 20만여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6만명으로 줄어 이 분야의 거품은 사라진 상태이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사 부담 유통비용 외에 이통사 유통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지금의 유통보다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요금 인하로 이통사들의 이익이 많이 줄어든 상태여서 완전자급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25% 약정할인을 웃도는 요금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완전자급제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는 불투명한 데 반해 도입으로 예상되는 불이익은 매우 명확하다.

우선 고객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고객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단말기 구입과 가입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구입과 서비스 가입을 별도의 장소에서 처리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게 된다. 구입해 전기 플러그만 꽂으면 작동하는 가전제품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구입한 후 서비스 가입과 이용방법 숙지가 훨씬 어려운, 그래서 원스톱 서비스의 효율성이 높은 상품이다.

둘째, 기존의 이동통신 유통이 없어지고 새로운 유통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고 기존 유통 근무 인력의 대규모 실업사태가 전망된다. 기존 인력이 새로운 유통망으로 상당 부분 흡수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의 혼란과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현재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마당에 효과가 불분명한 제도로 수만명을 실업으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 할 수는 없다.

단말기 자급제는 장점을 가진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왜 법으로 강제한 나라가 없을까. 어느 나라든지 단말기 유통구조는 자연스럽게 진화하도록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표준과 주파수가 같아 하나의 단말기로 어느 이통사나 이용이 가능했던 유럽에서는 자급제 위주로 시장이 발전돼왔다. 반면에 기술표준과 주파수가 달라 사업자별로 스펙이 다른 단말기기를 사용해야 했던 한국·일본 등에서는 사업자가 단말기를 대량 구매해 서비스와 결합판매를 해왔다. 그런데 고가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보조금 지급을 통한 단말기 보급의 필요성을 느낀 유럽에서는 이통사가 제공하는 결합판매의 비중이 늘어났고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자 간 단말기 스펙이 통일된 롱텀에볼루션(LTE) 이후 자급제폰 시장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말기 유통은 특정방식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게끔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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