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전통해 세상읽기] 功利之毒<공리지독.공명과 이익만 추구하는 독극물같은 행태>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최근 드러난 유치원 비리 사태

아이를 이익의 대상으로만 본 결과

잇속만 따지는 태도 '해독'하려면

삶 멍들게 한 원인찾아 뿌리뽑아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이유와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의도를 선악으로 구분하면 선의와 악의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밥상머리에서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한 선의가 깔려 있다. 사기꾼이 범행의 대상에게 환심을 사는 것은 이익을 가로채는 악의가 깔려 있다. 의도의 내용으로 구분하면 이해의 초월 여부로 구분할 수 있다. 한비는 사람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이해로 환원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성별에 따라 차등하는 현상을 실례로 들며 가족 관계도 이해의 틀로 작동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맹자는 어린아이가 앞에 우물이 있는 줄 모르고 그쪽으로 기어가는 상황을 본다면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을 제쳐놓고 아이를 구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이 이해관계에만 지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래에 유치원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규정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집행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학대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어린아이와 관련한 사건은 뜨거운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아이는 부모나 교사에 비해 스스로 보호하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없는 약자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약자를 대상으로 아이에게 쓰여야 할 예산이 사치품의 구입 등으로 전용되고 합당하게 받아야 할 대우가 존중되지 않고 있다.

웬만한 일이야 선의냐 악의냐 이해냐 도덕이야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일에 대해 동의는 못 하더라도 사정상 그럴 만하다고 이해하기도 하고 일을 벌인 연유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비리와 학대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아이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긴다면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나라 왕양명은 당시 사회를 관찰하면서 충돌과 갈등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주로 다섯 가지 이유로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즉 사람들은 지식이 있으면 그것으로 서로 자랑하고 권세가 있으면 그것으로 서로 밀어붙이고 이익이 있으면 그것으로 다투고, 재능이 있으면 그것으로 서로 자만하고 명성이 있으면 그것으로 거들먹거린다고 봤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지식·권세·이익·재능·명성을 무기로 다른 사람과 대립하게 되는 것이다.



왕양명은 다섯 가지 이유를 다시 압축한다면 공리(功利·공명과 이익)를 따지는 습관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사람은 상대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고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왕양명은 당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라는 관점에 사로잡혀 다른 가능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다음처럼 신랄하게 표현했다. “공리의 독소가 사람의 골수까지 깊이 스며들었고 그러한 습관이 제2의 천성으로 굳어지게 됐다(공리지독윤협어인지심수·功利之毒淪浹於人之心髓, 이습이성성야·而習以成性也).” ‘공리지독’은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태도가 얼마나 굳건한지 치유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나타내고 ‘습이성성’은 공리의 독소가 걸핏하면 나타나는 습관에서 이제 어찌할 수 없는 제2의 천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왕양명이 자신의 시대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극도로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독성 물질은 많다. 독물이 있으면 그것을 해독하는 기술도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왕양명이 말하는 ‘공리지독’은 물질로 해독할 수 없으며 사람이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켜 주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치명적 독소가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비리와 학대도 달리 설명할 수 없다면 왕양명의 ‘공리지독’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왕양명이 ‘공리지독’을 해독하기 위해 우리의 삶을 멍들게 하는 근원을 돌아보고 그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며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주장했다. 우리도 어린아이를 비롯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이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공리지독(功利之毒)’을 해독할 수 없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