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기자들과 만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경제활력을 찾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내년에도 경기가 개선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해법은 단기와 중장기 대책 두 가지다. 규제개혁을 비롯한 혁신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경제체질과 구조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가 생각하는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도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이름이라도 경제활력회의로 바꿔 6개월이든 1년이든 이쪽 분야에 진력해야겠다”며 “지금은 구조적 전환기로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으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경기상황을 경기침체나 위기라고 하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오죽하면 회의 이름을 바꾸자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정책 보완도 추진한다. 홍 후보자는 “주력산업의 기존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단정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와 철강·조선 같은 전통 제조업이 빠르게 식고 있으며 위기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혁신성장에 속도가 필요하다”거나 “소상공인과 중견기업·대기업까지 골고루 만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기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서비스업과 창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홍 후보자는 “서비스 산업은 부가가치의 보고”라며 “서비스 산업을 눈여겨봐야 하고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상에는 취업전쟁터와 창업전쟁터가 있다고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창업하는데 우리는 취업전쟁터에만 몰리고 창업전쟁터에는 1%만 간다”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의 핵심과제로 우버·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를 꼽았다. 홍 후보자는 “지금 당장 눈앞에 두고 있는 문제가 공유경제”라며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 작업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규제혁파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하는 서비스라면 대한민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보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당 영역에서 상생할 방안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노동계·경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빅딜’에도 속도를 낸다. 홍 후보자는 “여야정 협의체가 상설화됐으므로 성과가 경제영역에서 나올 것”이라며 “부처 장관들도 노동계와 경영계, 관련 단체와 사회적 대화 빅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못할 바 없다”고 힘줘 말했다. 유연성 확보를 포함한 노동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최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 완화와 분배확대를 위한 ‘빅딜’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최저임금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은 지금까지의 틀이 유지된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보완을 언급했지만 이보다는 ‘앞으로 추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이 함께 경제적 성장을 뒷받침해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가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큰 줄기는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홍 후보자는 대통령이 오는 2020년 1만원 공약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이미 속도 조절이 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머지 속도 조절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지만 지역별 차등 같은 정책을 밀어붙일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홍 후보자가 아직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내정됐지만 이전 경제팀의 정책과 차이가 적다는 말이다. 정부 정책을 6개월 전에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 불안정 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부동산 대책이나 소득주도 성장 유지, 서비스업, 창업,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은 지금까지 추진돼온 사안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수차례 언급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의 연속성에서 보면 안정성이 확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경제사령탑이 바뀐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영필기자 정순구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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