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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중년의 골절,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 위한 기회

공현식 분당서울대 병원 정형외과 교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병원 응급실에는 골절 환자가 늘어난다. 특히 겨울철에는 옷차림이 두꺼워져 몸이 무거워지고 눈이라도 오면 빙판길로 인해 낙상 사고가 빈번해진다. 손을 짚고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손목(요골) 골절은 가장 흔한 골절 중 하나이다. 손목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동물과 달리 흔히 부러지는 부위라고 하며 여성에게 특히 흔해 평생 살면서 여성 5명 중 한 명은 이 부위의 골절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흔한 골절이다 보니 손목 골절 치료의 기록은 5,000년 전 이집트 파피루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손목을 다치면 비뚤어진 손목을 맞추고 나무 부목을 댄 후에 꿀이나 기름을 발라서 고정했다고 기록돼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손목 부상에 대해 기술했는데 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아니라 손목 관절이 빠지는 탈구로 생각했다. 손목 골절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유명해진 의사는 아일랜드의 외과의사인 콜레스 였다. 콜레스는 어릴 때 마을의 한 의사가 홍수로 전 재산을 잃고 남은 해부학책 하나를 그에게 준 것이 계기가 돼 의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한다. 1814년 콜레스는 다친 손목에서 뼈가 부딪히면서 느껴지는 삐걱거리는 소리로 볼 때 탈골이 아니라 골절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20세기 초 뢴트겐에 의해 X선 영상이 개발되면서 골절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손목 골절은 손으로 당겨서 골절을 맞추고 깁스를 하는 방식으로 주로 치료됐다. 그러나 골다공증이 있어 뼈가 매우 약하거나 골절된 부위에 조각이 많이 생길 경우에는 깁스로 맞춘 뼈가 잘 유지되지 않고 삐뚤어져 잘못 붙기가 쉽다. 최근에는 수술 기술과 재료가 발달해 얇은 금속판과 나사못으로 뼈를 고정하는 수술로 정확히 뼈를 맞추고 빨리 회복하고자 하는 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손목 골절을 당하면 환자들은 상당 기간 불편을 겪게 되지만 사실 골절로 인해 생명을 위협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50대 이상 손목 골절 환자의 상당수가 뼈가 약해지는 골감소증 또는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년은 넘어지면서 손을 짚어 주로 손목이 다치지만 고령으로 갈수록 손을 짚기도 전에 엉덩방아를 찧게 돼 고관절(대퇴골) 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또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그냥 허리를 삐끗하는 정도로도 척추의 압박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대한골대사학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고령으로 갈수록 증가하며 척추 골절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5배, 고관절 골절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11배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 보험급여가 확대돼 단순히 넘어져서 발생한(비외상성) 손목 골절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비외상성 골절로 확인되면 최소한 3년간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생명에 지장이 없는 손목 골절뿐 아니라 척추 골절, 고관절 골절과 같은 심각한 골절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중년에 경험하는 손목 골절은 자신의 뼈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더 심각한 골절을 예방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골절은 잘 치료되더라도 상당 기간 직업·운동·일상생활에 지장을 줘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형외과 의사가 골절 치료에만 집중해 골밀도 검사를 잊어버리더라도 한 번 물어보시기를 부탁드린다. “나의 뼈 건강상태는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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