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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의사 아내 가네코 여사, 92년만에 독립유공자 된다

건국훈장 받는 두번째 일본인

보훈처, 女32명 포함 128명 포상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였던 박열(오른쪽) 의사와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사진제공=박열의사기념관




독립운동가 박열 의사의 일본인 아내인 가네코 후미코 여사가 옥사한 지 92년 만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훈장을 받는다. 국가보훈처는 17일 제79회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128명의 독립유공자에게 건국훈장과 건국포장·대통령표창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생존자가 없어 포상은 후손들에게 수여된다. 정부포상은 훈장·포장·표창순으로 격이 높다. 포장은 보통 공적이 훈장을 받을 정도에 이르지 못한 사람에게 수여되지만 법적 효력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는 가네코 여사는 어린 시절을 조선에서 보내며 조선인의 처지에 공감해 박문자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남편 박 의사와 함께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에 저항했다. 일왕 부자를 폭살하고자 박 의사를 도와 폭탄을 반입하다가 체포됐고 사형 판결을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옥살이 중 1926년 7월 숨졌다.

일본인이 우리나라 건국훈장을 받는 것은 가네코 여사가 두 번째다. 앞서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일본의 조선인 토지 강탈에 대항해 한국인을 변호하고 박 의사의 변론도 맡았던 후세 다쓰지 인권변호사가 지난 2004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2017년 개봉작 ‘박열’로 알려진 것처럼 박 의사와 가네코 여사는 함께 무정부주의 운동을 했던 동지이자 연인이었으며 옥중 결혼식을 올렸다. 재판 기간 일제의 재판을 비웃는 듯한 포즈의 결혼사진이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인 안맥결 여사에게는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안 여사는 1919년 10월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중 만세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고 1937년에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3·1운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김학준 선생과 항일 격문을 배포하고 중국 난징 군관학교에 보낼 훈련생을 모집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박문희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제주 법정사 무장 항일시위에 농민 신분으로 참여한 김인송·김항률·오인식·이봉규 선생에게는 대통령표창이 추서된다. 이들은 1918년 10월 제주 좌면 하원리 등지에서 법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무장 항일시위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전북 전주 기전여학교 학생으로 어린 나이에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른 최애경·최금수·김순실·정복수 선생에게도 대통령표창이 추서된다. 이들은 1919년 3월13일 기전여학교 재학 중 만세운동에 참가해 남문 밖 시장 부근에서 수백 명의 시위군중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들이 특히 일경의 체포와 심문에 굴복하지 않고 단식 등 옥내 투쟁을 벌여 당시 해외동포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광복군 활동을 지원한 홍매영 여사에게는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홍 여사의 남편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과 중앙감찰위원장 등을 지내다 해방 직후 아깝게 세상을 떠나 고국 땅을 살아서 밟지 못한 차이석 선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총 1만5,180명(여성 357명)이며 이 중 건국훈장은 1만940명, 건국포장은 1,270명, 대통령표창은 2,970명이 받았다.

지금까지 포상자 중 여성의 비율은 2%에 불과했지만 이번 순국선열의 날 포상자 중 여성의 비율은 25%로 크게 늘었다. 보훈처가 숨겨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앞으로도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국사편찬위원회·국가기록원·지방자치단체·문화원 등 관련 기관과의 사료수집 협업 강화로 국내외 소장 자료를 지속해서 수집해 알려지지 않은 여성과 무명 의병 등 독립유공자 발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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