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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사드를 보는 중국의 두 가지 시선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한국관광공사가 중국 베이징 밀레니엄호텔에서 한중 문화관광교류대전을 개최한 지난 14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씨트립은 이날 본사 회의에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 온라인 판매를 결정하고 오후부터 관련 상품을 홈페이지에 일제히 올렸다. 씨트립이 한국 상품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한 시각은 마침 관광공사가 개최한 한중문화관광교류대전이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현지 관광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 관광 상품이 전면 차단된 후 불거진 사드 보복 논란이 이번 씨트립의 단체관광 상품 판매 개시로 사실상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었다. 밀레니엄호텔 2층 대연회장을 가득 채운 양국 관광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크루즈 여행과 전세기 운항 중단, 롯데 제재 등 보복 조치들의 전면 해제도 멀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그런데 씨트립의 한국 여행 상품 온라인 광고 소식을 한국 언론들이 잇따라 속보로 전하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됐다. 오후7시를 넘기면서 씨트립 홈페이지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이 한순간에 모조리 사라져버린 것이다.

현지 여행 업계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한 이날 소동의 개요는 이렇다. 일부 중국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이 이날 오후 본사 임원회의를 열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 재개를 결정하고 곧바로 온라인 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국 단체관광 상품 개시 결정에 앞서 이들 업체는 중국 여행당국인 여유국과의 구두 조율을 거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온라인 여행 1위 씨트립의 한국 단체관광 온라인 상품 판매 소식을 접한 다른 중소형 업체도 관련 상품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하자 이를 사실상 단체관광 제한 전면 해제로 판단한 한국 언론들이 오후 늦게 속보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자들은 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였고 이런 분위기에 압박감을 느낀 씨트립은 오후7시께 서둘러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모두 거둬들였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한국행 온라인 단체관광 해제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나절 소동으로 끝난 온라인 단체관광 제한 조치 해프닝을 놓고 현지에서는 ‘씨트립’이 아니라 ‘쑈트립’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하지만 씨트립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현지 온라인 여행사의 최대 수익 상품인 한국 단체관광객을 1년 넘게 모집하지 못하고 있는 씨트립으로는 칼자루를 쥔 시진핑 지도부와 당국의 눈치를 보며 속 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분위기는 중국 민간기업 전반에서 비슷하게 감지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점점 악화하고 있는 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젠 사드 보복 조치 같은 제 살 깎아 먹기식 제재는 적당히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날 관광공사가 개최한 한중 문화관광교류대전에 참석한 현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역력했다. 중국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초 춘제에는 한국행 단체관광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드를 보는 중국 지도부와 당국자, 관변 학자들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하다. 8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중국 판구연구소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한중 전략대회에 참석한 중국의 미사일 핵전략 전문가 양청쥔은 “사드는 중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사드를 하루빨리 영구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 진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 장벽은 여전히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사드 이슈에 관한 중국 지도부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양국 간 경제협력도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이날 씨트립의 오락가락 소동은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는 순진한 우리의 생각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다.
/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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