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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 많이 싸워보십시오"

김영문 관세청장 주례, 관가 화제

김부겸 장관 "톱5에 들 축사" 감탄

김영문 관세청장./연합뉴스




“행복하기 위해 나를 포기하고 둘이 하나가 된다는 생각보다 내가 굳건히 선 상태에서 같이 행복을 찾는 과정이 결혼입니다.”

결혼을 다룬 연애 코칭 서적에서나 볼 법한 이 글은 김영문(사진) 관세청장이 최근 한 주례사 일부다. 김 청장은 최근 은사의 자제 결혼식에서 주례를 섰다. 그리고 그때 한 주례사를 관세청 식구들이 볼 수 있게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틀 만에 조회 수가 750회를 넘겼다.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직접 들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인상적인 주례사”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김 청장은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교과서적인 ‘모범 주례사’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대뜸 “결혼 초기에 많이 싸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결혼은 독립한 두 사람이 만나 셋이 되는 과정”이라면서 “자라난 환경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른 부부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툼을 나쁘게 생각하고 억누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나 스스로 독립적 인격체로의 나라는 생각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자신의 자식 교육 철학도 전했다. 김 청장은 “자식을 낳으면 세 살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한 사랑을 쏟아부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힘, 즉 회복 탄력성이 큰 사람이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신 “열 살 이후에는 애들 인생은 애들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면서 “열 살까지 키웠으면 자기 인생은 자기가 꾸려나가게 더 이상 간섭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매일 읽는다는 랄프 에머슨의 ‘진정한 성공이란’ 문구도 소개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중략)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김 청장은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근무한 경험이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다음은 김 청장 주례사 전문.

<주 례 사>

먼저 제가 주례를 맡게 된 경위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주례는 신랑이나 신부의 은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은사의 부탁으로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이하 생략)

우선 아름다운 신랑과 신부에게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드립니다. 그러면서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하객 여러분들에게 신랑 신부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이하 생략)

우리나라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젊은 인재들인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결혼 생활을 해 나가면서 간직했으면 하는 말씀 두 가지만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결혼초기에 많이 싸우라고 하고 싶습니다. 많이 싸우라는 말은 표현이 심한가요? 그렇다면 싸움을 피하지 말라 정도로 하죠.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립한 두 사람이 만나 셋이 되는 과정 또는 두 사람이 만나 한 방향을 보고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다릅니다. 남자와 여자로서 다르고, 또 자라난 환경이 다릅니다. 배운 것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릅니다. 친구도 다르고 고향도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부부는 일심동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 다툼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억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죽이고 상대방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실 나 자신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면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사실은 내가 양보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조금만 양보하고 속으로는 상대방이 자신을 버리고 나에게 맞추어 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러면 갈등이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것보다 내 스스로가 나는 엄연한 독립적 인격체로서 나라는 생각을 확고히 해야 하고, 상대방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로 싸울 건 싸우고 화해할 건 화해하면서 함께 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지 참고 인내한다든가 상대방의 양보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 둘 사이의 애정이 관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즉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신혼 초에 사소한 것으로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연습을 해 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정말 신혼 초부터 싸우기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은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만남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나를 포기하고 둘이 하나가 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굳건히 선 상태에서 같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혼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자식 교육과 관련하여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둘은 자식을 가질 것이라고 하니까 자식을 낳으면 3살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한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사실 3살까지 사이에 어떻게 대우받았는가에 따라 인간성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때 완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은 절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힘 즉 회복 탄력성이 매우 큰 사람으로 된다고 합니다.

둘 다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육아휴직 제도 등을 잘 이용해 3살 이전에는 절대적인 완전한 사랑을 쏟아 부어 줄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10살까지는 사랑으로 키워야 합니다. 이 시기가 일반적으로 여러분들의 승진이나 경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 이때는 교육이나 육아에 소홀하다가 오히려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면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고 과외다, 학원이다, 생기부다, 자소서다 온갖 난리법석을 떠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안됩니다.

10살까지 사랑으로 돌보아 주고 그 이후에는 경제적 지원은 하되 애들 장래에 대해서는 잊어버려야 합니다. 애들 인생은 애들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10살까지 키웠으면 이제 자기 인생은 자기가 꾸려나가게 더 이상 간섭하면 안 됩니다. 제발 좀 그렇게 해주길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평소 자주 돌아보는 글귀로 주례사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모두 성공을 바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랄프 에머슨은 진정한 성공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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