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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잃어버린 10년]日 수소값 1만원→3,000원 가속도...규제에 엄두 못내는 韓

<상> ‘수소 에너지’ 해결 과제는 가격

규모의 경제 달성때까지 민간에 수익 창출 여건 마련을

수요 늘어나면 수소연료 공급가 1㎏당 5만원→5,520원

수소차 보급 확대하려면 충전소 설치 기준 완화 필요도





현재 국내 수소연료 가격은 1㎏당 6,000~8,000원선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하기 힘든 가격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생산과 운송, 적정 수익을 더해 계산한 생산자가격은 무려 5만5,019원 수준으로 소비자가격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중 80.4%를 차지하는 판매 인프라 구축과 운영 비용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기에 현재 가격이 가능하다. 민간기업이 정부의 지원 없이 수소연료를 현 수준에 맞춰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 수소연료 가격이 현재 1㎏당 1만원 수준으로 우리보다는 비싸지만 오는 2030년까지 이를 3,000원까지 낮추는 계획을 진작에 세워놓았다. 수소 분야에서 특히 일본을 주목해야 할 점은 이미 민간기업까지 이 수소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함께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소 가격 하락 추세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도 미래 대체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수소의 경제성을 살리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차 구매지원금이 전부인 정부 정책…“수요 확대가 핵심”=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1㎏당 5만5,019원인 수소의 공급자가격은 5,52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가격을 낮추는 핵심은 바로 ‘수요 확대’다. 수소차가 늘어나 수소충전소의 가동률이 현재 20%에서 100%까지 늘기만 해도 공급자가격은 2만196원까지 떨어진다. 충전소 보조금, 원료 가격 하락과 운송거리 단축까지 진행되면 8,184원으로 내려간다. 여기에 충전소의 용량을 현 수준의 두 배로 늘리고 운영비를 지원하면 5,520원이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수소지원 정책은 수소차 구매보조금 지원이 전부일 뿐 수소 가격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은 없다. 그마저도 구매보조금 규모가 너무 작아 수소차 보급을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의 올해 수소차 보급을 위한 구매보조금은 659대분만 배정돼 있다. 내년부터 구매보조금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그마저도 2,000대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연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 방안’을 마련해 수소사회의 전반적인 그림을 제시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가정용 연료전지로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벌써 치고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까지의 기술과 정책 능력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나온다고 해도 말 그대로 계획일 뿐 실용화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도 민간사업자 뛰어들지만…발목 잡는 규제·무관심=우리도 수소연료 확산을 위해 정부와 현대차가 중심이 되는 특수목적법인(SPC) ‘하이넷(HyNet)’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넷은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고 최대 31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정부 계획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관련 법상 수소 충전은 충전소 직원에게만 허가되기 때문에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 수소차충전소에서 본 것처럼 셀프충전이 불가능하다. 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안에는 설치할 수 없어 사실상 도심에서는 부지 확보부터 쉽지가 않다.

정부의 세심한 관심도 필요하다. UNIST 백종범 교수팀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을 때 값이 비싼 백금을 촉매제로 사용하지 않고 백금 가격의 4%에 불과한 루테늄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없다. 백 교수는 “선진국들은 이미 수소경제로 나아가려고 루테늄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중간기술에 불과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만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우리는 홀로 외롭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외면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 나와야=민간사업자는 충분한 수요가 생기기 전까지 수소 거래시장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 구간인데 이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전에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수소연료 가격을 정부가 직접 보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미 전기차 전력연료에 가격할인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소연료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수소충전소 지원 시 개질 방식, 이동형 방식 등 수소충전소 형태에 따라 지원 규모가 차별화되며 각각의 방식 내에서도 용량의 크기에 따라 지원 규모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수소연료 공급 방식이 업체별·지자체별로 달라 수소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소연료 유통센터’와 같은 전국적 수소 수급관리 주체가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민간공급자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면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전까지 죽음의 계곡을 지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나눠 짊어질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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