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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못 막으면 미래도 없다] R&D예산 20조에 보안은 고작 60억...'기술유출 방지책' 구멍

<중> 보안,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정부 기술개발에만 편중...기술보호는 뒷전으로 밀려

고액 연봉 등 미끼에 해외유출 70%가 前 직원 소행

"민관, 보안은 비용 아닌 투자개념으로 인식 전환해야"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 잇단 기술유출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소 협력회사 직원들이 핵심기술을 중국 기업에 넘기고 이직한 사실이 잇달아 드러나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지난 9월 검찰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정장비 설계도면을 빼돌린 중소기업 L사의 전 직원 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L사 설계팀장과 설계팀원이었다. 앞서 6월에도 D사의 전 연구원 4명이 OLED 관련 기술 5,130건을 갖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다가 국가정보원에 포착돼 구속됐다.

L사의 전 설계팀장이 ‘연봉 2배와 한국지사장’ 미끼에 넘어간 것이다. 또 인사에 불만을 품은 D사의 전 연구원들은 평소에도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이들 기업은 정작 기술유출에 무방비였다. 특히 기술유출이 내부 소행이었다는 점은 업계에 강도 높은 경고로 전해졌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특허권 확보, 판로 개척 등에 치중하느라 기술보호에는 소홀하다. 기술개발 직원에 대한 처우와 기술정보 관리에 취약하다 보니 내부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유출자 대부분이 전현직 직원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기업 기술유출 실태조사에서 기술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관계자는 전직 직원이 69.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현 직원이 14.8%로 뒤를 이었다. 협력업체와 경쟁기업은 각각 8.0%와 6.8%에 머물렀다.

국정원 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해외로 기술유출을 감행한 주체는 전직 직원이 전체의 68%를 차지했고 현직 직원도 25%에 달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고 연구 인력에 대한 퇴직 후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직원 관리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개발에 참여했으니 기술의 일부는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술은 회사의 공동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보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기업이 기술보호에 대해 비용 부담을 느끼지만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를 따져보면 ‘보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술유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52개사의 피해 건수는 78건이며 피해 금액은 1,022억원이었다. 건당 평균 13억1,000만원인 셈이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관계자는 “기술보호에 대한 최고경영자(CEO)나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며 “이제 중소기업도 보안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도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가 다양한데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중기부는 2월 범정부 차원의 공조체제를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 신설 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했다. 해당 TF에는 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특허청·대검찰청·경찰청 등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TF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갑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술보호 분야에서도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또 정부는 부처 산하기관과 민간협회를 앞세워 기술보호에 대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중복 지원과 업무 공백 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민경 인사이트플러스특허 변리사는 “사업 규모별, 기술별로 실천적이고 적절한 보안관리 및 기술유출 방지책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국회가 기술개발과 산업 진흥 등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기술보호 예산은 뒷전으로 밀린다. 산업부의 지난해 기술보호 예산은 12억5,000만원에 그쳤다. 2016년 16억6,000만원에서 25%가량 줄었다. 중기부 예산도 2016년 76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49억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를 지난해 정부 R&D에 책정된 예산 1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기술보호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 정부 부처의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에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를 둔다”면서 “기업과 업계가 관심을 갖는 보안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개인정보 보호나 기술 진흥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산업부에서 기술보호를 담당하는 사무관은 단 한 명뿐인데 이나마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다”면서 “정부 예산을 늘리고 관련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선임기자, 안현덕기자 s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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