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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돈 걱정없는, 국내 최고 제작극장 만드는게 내 역할이죠"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권욱기자




취임 50일…체질개선 밑그림

모두 만족할 ‘합리적 업무 시스템’ 찾아

하루에도 수차례 극장 이곳저곳 둘러봐

“7년전 공연 포스터 아직 그대로 붙어있어

내가 떼라고 말하면 곧바로 바뀌겠지만

스스로 깨닫고 해결하는 문화 만들겠다”

기업경영은 흔히 ‘종합예술’에 비유된다. 인재를 양성하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숱한 번뇌와 역경 속에서 최고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거장들의 작품활동에 비견될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유일의 공연 회계 전문가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고 주로 예술인이나 예술경영 전문인들이 맡았던 세종문화회관의 수장에까지 오른 김성규 사장도 종합예술인이다. 스스로 문화예술 분야의 문외한이라 평했던 그는 20년 만에 문화예술 회계는 물론 재원조성 전문가로 외길을 걸었고 이제는 강의와 컨설팅·저술에 쏟았던 열정과 경험을 버무려 실전에 활용해야 하는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났다.

취임 보름 만에 조직개편·업무조정에 나서며 과감한 행보를 보였던 김 사장이 어느덧 지난 15일 취임 50일을 맞았다. 11월은 공연장의 연간 스케줄로는 가장 바쁜 시기. 특히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았고 내년부터 또 다른 40년을 준비해야 할 세종문화회관으로서는 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다양한 기획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을 준비하느라 가장 분주한 때이기도 하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0여분 남겨놓은 시점. 김 사장은 넥타이도 매지 않고 셔츠 차림으로 극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어지는 김 사장 나름의 순찰시간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뿐 아니라 직원·예술인·거래처까지 세종문화회관과 관계를 맺는 모두가 합리적이고 편안한 업무 시스템을 경험하도록 하자는 ‘이모셔널 세이프티(emotional safety)’의 일환이다.

“사장 공모 지원서에는 재원조성과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겠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썼습니다. 취임식을 앞두고 추석 연휴에 혼자 앉아 곰곰 생각했어요. 관객, 시민, 기업, 직원, 주변 상인, 예술가 등 세종문화회관과 관계를 맺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으려면 무얼 해야 할까. 어떤 말이 직원들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그러다 위키피디아에서 ‘이모셔널 세이프티’라는 단어를 발견했죠.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하고 함께 일하는 모두가 감성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자는 우리 조직의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더군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사장 직속으로 ES추진단이 신설됐다. 첫 과제는 유니버설디자인이 구현된 문화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직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시설 곳곳을 누비며 문제점을 파악했고 직접 만든 커리큘럼으로 전문가들을 초청해 스터디 모임도 진행했다. 공부가 취미인 김 사장 역시 ‘열공’ 중이다.

4개의 극장과 미술관, 컨벤션에 산하 예술단 9개, 삼청각, 돈화문국악당,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등 외부 사업장만도 3곳에 달하는 세종문화회관은 공공예술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구조가 복잡하고 산적한 문제가 많은 기관으로 꼽힌다. 2016년에는 거듭된 적자로 파산 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고 10여개 노조가 직군별로 난립해 조직혁신을 논의할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여기에 여타 공공예술단체에 비해 공연 경쟁력이 떨어지는 예술단 혁신도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앞서 연봉제 전환 컨설팅 등을 도맡으며 세종문화회관의 고질적 병폐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김 사장이라면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사장 공모에 응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해 김 사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앞선 사장들이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 문제들을 신임 사장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가진 재능은 좋은 경영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더 멋지고 좋은 예술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모델을 제시하는 게 제 몫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3년 안에 이걸 만들겠다, 뭘 바꾸겠다 하는 거창한 계획이 없습니다. 서서히 변화시켜야 하니까요.”

지난달 김 사장이 내놓은 조직개편안에는 그가 바라보는 세종문화회관의 문제와 개선방향이 오롯이 담겨 있다. 키워드는 조직의 비효율을 줄이자는 것. 복잡하고 지난한 결재 라인을 대폭 단순화하기 위해 의사결정이 많은 홍보마케팅팀과 재원조성팀을 사장 직속으로 편재하고 예술지원팀 업무를 조정해 각 예술단의 권한을 키웠다. 이 모든 사항을 아우르는 김 사장의 키워드는 조직문화 개선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공무원보다 더 공무원 같은 조직도 변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김 사장의 지론이 담겼다.



“매일 극장과 미술관, 컨벤션홀과 예술단 연습실 곳곳을 누비다 보면 눈에 띄는 게 있어요. 가령 2011년 공연 포스터가 아직 게시돼 있습니다. 제가 떼라고 하면 떼겠죠. 중요한 것은 직원들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겁니다. 제가 잘한다고 ‘고인 물 같은 조직’이 바뀌지는 않지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하게 하려면 일 잘하는 직원들을 방해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줘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언제든 말해달라고 했어요. 벌써 100여명의 직원들이 집무실을 찾아왔고 작게는 몇 달 안에, 크게는 10년간 로드맵을 짜고 바꿔나가야 할 수십 개 과제가 이미 제 나름의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하나씩 고쳐나가면 경직된 조직문화에 변화가 시작될 거고 변화의 과실을 직원들이 누리게 되면 조직문화가 탈바꿈하는 겁니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권욱기자


국내 유일 공연회계전문가

누적 적자로 한때 ‘파산 위기설’ 떠돌아

재원조성팀 사장 직속에 놓고 진두지휘

100대 기업의 홍보비·후원사업 분석해

전시·공연 등 협력사업 이끌어 재원 마련

예술감독 권한 키워 ‘공연 품질’도 쑥쑥

예술단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예술단이 심각한 공연품질 저하로 기업들의 활발한 매칭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사장은 “예술단운영본부를 폐지하는 대신 예술단지원팀에서 지원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각 예술단 예술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며 “권한이 커진 만큼 각 예술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공연 경쟁력을 높일 방안 역시 스스로 마련해야 할 책임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재원조성 전문가답게 문화재원팀을 사장 직속으로 편재해 진두지휘하고 각계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해 새로운 재원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소액 모금부터 기업 협찬 제안, 네이밍 스폰서 등 다양한 재원조성 모델을 마련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물론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데이터베이스 마련이다. 김 사장은 “100대 기업을 중심으로 각 기업의 광고홍보 예산과 사회공헌 예산을 파악하고 기존에 주로 후원·협력했던 장르나 작품은 물론 선호하는 예술 장르까지 주요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마련할 계획”이라며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시설·전시·공연 등 3개 본부가 각 기업에 필요한 사업을 제시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하는 게 즐거워 별다른 휴식이 필요 없다”고 할 만큼 김 사장은 쉼 없이 일을 즐기는 워커홀릭이다. 일과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은 예술을 닮았다. 김 사장은 여전히 “나는 예술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손에 꼽는 인생 작품들의 면면은 그가 상당한 수준의 예술적 취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지금은 중국 시장을 사로잡은 소극장 뮤지컬 ‘빨래’는 초창기부터 김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 그는 “‘빨래’를 처음 보고 이 작품은 내가 꼭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회계자문을 맡았고 자칭 홍보대사가 돼서 입소문도 열심히 냈다. 작품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었던 작품이 지금은 해외시장에서까지 각광 받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공연예술인들에게는 ‘모두의 회계사’로서 회계·경영지식을 전수하고 재원조성 모델 마련에 앞장서며 공연예술계의 공공재처럼 일했던 그의 역할은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사람, 좋은 예술가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이 나아가려는 방향은 결국 딱 하나입니다. 좋은 작품을 내놓는 국내 최고의 제작극장이 되는 것이죠.”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3년 서울 △1986년 공인회계사(CPA) 취득 △2006~2014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및 전임 컨설턴트 △2007~2018년 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03~2018년 한미회계법인 대표이사 △2011~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심의위원 △2012~2016년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 △2018년~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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