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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제조 대기업 떠난 자리에 스타트업 싹 틔우자

군산, 명확한 비전·리더십·협업 갖추면 '제2 말뫼' 가능

<김훈태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김훈태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군산시가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조선소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북유럽 국가 스웨덴의 말뫼시를 떠올렸다. 말뫼시는 32년 전 스웨덴 조선산업의 상징이었던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대략 3만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고 말뫼시의 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어려움을 겪던 말뫼시는 기업인·대학교수·노조·중앙정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시 부활을 위한 끝장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조선산업 대신 바이오·정보기술(IT)·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인력과 기술을 공급할 대학을 유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998년에 지역 기업인들과 말뫼시가 공동으로 투자기금을 조성해 코쿰스 조선소 자리에 말뫼대를 설립했다. 말뫼대는 인큐베이팅 등 신산업 육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말뫼시가 첨단산업 도시로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기업의 연구 거점들이 옮겨오면서 말뫼시는 첨단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6만개 이상 새로 생겼다. 한때 23만명까지 줄었던 말뫼시 인구는 2018년 현재 34만명까지 늘었다.



말뫼시의 전화위복●첫 단추는 ‘끝장토론’

코쿰스 조선소 폐쇄로 3만명 거리로 내몰리자

산학연 ‘말뫼대’ 육성안 통해 신산업도시 부활

기업이 사라져도 ‘위대한 유산’은 남는다

코닥 출신 기술자·장비, 로체스터시 키우고



노키아의 DNA, 핀란드 혁신 원동력 역할

100여년 동안 세계 필름산업을 주도했던 코닥은 2013년 필름 및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했다. 하지만 코닥은 여전히 ‘코닥의 도시’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살아 있다. 코닥 출신 기술자, 장비, 시설 등 코닥이 남긴 인프라가 스타트업을 키우는 자양분 역할을 하며 로체스터시를 부활시키고 있다. 첨단 축전지를 만드는 스타트업 ‘그래피닉스 디벨로프먼트’의 윌리엄 매케나(CTO)는 1986년 입사해 20년 넘게 일한 ‘코닥맨’이었지만 지금은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코닥의 기술로 창업했고 로체스터시에서 경제활동을 지속한다. 그런 점에서 코닥은 사라졌지만 코닥의 인력·기술·설비 등 유산은 여전히 로체스터시에 남아 있다.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이 무너졌을 때 언론은 핀란드 경제도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지만 현재 노키아와 핀란드는 건재하고 더욱 놀랍게도 핀란드는 그 사태를 기회로 세계적인 혁신 국가로 탈바꿈했다.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에 실패한 후 2011년부터 약 3년간 전 세계 1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자를 위한 브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창업을 하는 경우 1인당 최대 2만5,000유로(약 3,500만원)의 창업자금에 교육·멘토링까지 지원했다. 퇴직자들을 팀으로 짜서 창업 자금의 크기도 키워주고 특허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약 300여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앵그리 버드’로 유명한 로비오,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 등 세계적 게임업체가 노키아 출신이 창업한 회사들이다. 노키아 출신들이 핀란드 경제 전반에 퍼지면서 글로벌 기업 노키아의 혁신역량과 노하우도 함께 이식돼 핀란드에 벤처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부활한 유럽과 미국 도시들의 공통점은 명확한 비전 제시와 실천, 시정부와 관련된 기관 간의 신뢰와 파트너십, 그리고 리더십이다.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협업을 통해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끈기 있게 실천하는 것이 부활의 원동력이었다. 말뫼시가 ‘10∼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산업’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인 것처럼 군산시도 리더들이 함께 미래 비전을 만들고 공유할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코닥이나 노키아처럼 도시에 머무는 동안은 물론 도시를 떠난 후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좋은 유산을 남겨야 진정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코닥이 설비와 기술·특허 등 가능한 모든 자원을 개방하고 지원함으로써 원하는 누구나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키아는 퇴직자가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은 물론 존경받는 선배 직원까지 배치해 어려움이 있을 때는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2002년 코쿰스 조선소의 거대한 크레인을 매각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말뫼의 눈물’은 고통의 눈물이라기보다는 희망의 눈물이었다. 당시 말뫼시는 이미 대학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크레인 매각은 말뫼시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말뫼시와 군산시는 면적이나 인구 규모가 엇비슷하다. 말뫼시는 약 34만명, 군산시는 약 28만명이다. 군산시도 말뫼시처럼 끝장토론을 벌여 미래 도시 모습을 함께 만들고 지역 기업인들이 중심이 돼 관련 단체들과 협력체계를 만들어 노력해나간다면 말뫼시가 그랬던 것처럼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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