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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조업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제조업경쟁력 핵심은 기술역량

기업硏 4만개 등 양적발전에도

장기 R&D 수립은 9.3% 그쳐

獨·日·英 '제조업 부흥' 배워야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수출의 84%, 설비투자의 55%를 담당한다. 그런 우리 제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위 수준이었던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은 최근 5위로 하락했고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은 적절한 기술 도입과 대규모의 시설 장비를 활용한 생산능력에서 나왔다. 독일·일본 등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수백억 달러의 기술무역 수지 흑자를 내는 제조 강국들과 다르게 우리 기술무역 수지는 60억달러 수준의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도 등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기술과 생산 경쟁력까지 갖추자 우리나라 제조업은 갈 곳을 잃었다.

최근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독일·일본 등의 사례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대국이면서도 오래전부터 변화를 준비한 국가다. 지난 2000년대 초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촉발한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민관합동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제조업 경쟁력이 3위로 회복됐고 3년 연속 세계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극복됐다. 노동 경쟁력은 떨어졌어도 보유한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과 산업에 도전해 세계 시장을 개척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2013년부터 한국을 추월했으며 10위까지 떨어졌던 제조업 경쟁력도 최근 우리나라를 제치고 4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자동차 산업의 종주국인 영국은 재규어·롤스로이스 등 토종 자동차 브랜드를 줄줄이 해외에 매각하는 등 영원히 제조업 강대국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제조업 부흥을 위해 기업·과학자·엔지니어의 네트워크인 캐터펄트센터(High Value Manufacturing Catapult Centre)를 전국에 설립해 고부가가치 제조연구를 지원한 결과 2010년 17위 수준이었던 제조업 경쟁력이 6위까지 상승했고 올해 실업률은 4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산업·사회에 대한 큰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통하지 않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기업 연구개발(R&D) 진단을 위해 실시한 ‘KOITA R&D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5년 이상의 장기적 R&D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은 전체의 9.3% 수준에 불과하다. 필요기술 확보를 위해 외부기관이나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의 비중은 27.7% 수준이었다. 또 정부의 R&D 육성정책에 힘입어 올해 기업연구소가 4만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으로 발전이 있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 기업연구소의 83%가 설립된 지 10년 미만으로 역사가 짧으며 64%는 연구원 4인 이하의 소규모 연구소로 이뤄져 있다. 기업연구원 중 박사학위 보유자는 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쟁력의 핵심이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세계시장 진출의 핵심역량은 기술역량이다. 제조업에서 노동 경쟁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의 산업정책은 기술역량 중심의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매출, 인력 규모 등 외형적 규모가 큰 기업보다 R&D·기술혁신 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가 R&D 전체를 바라보며 정부와 민간을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경계전략(interface strategy)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 기술 선정 등을 산업 현장과 연계해 추진하고 공공기술 개발 계획 수립시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상용화 등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세부 설계를 해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부분보다 전체를 생각하고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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