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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나가는 ‘어른 놀이’... 네일 바르고 스파하는 아이들

화려한 드레스룸·스파 체험 등 키즈카페 '인기'

11번가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 올해만 363%↑

전문가 "성인문화가 놀이로 소비, 바람직 안해"

어른을 따라하는 ‘꾸밈 놀이’가 키즈 마케팅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립스틱이 색깔별로 놓인 조명 거울, 화려한 원피스가 걸린 드레스룸, 족욕기와 마스크팩을 갖춘 스파…. 성인 여성이 아니라 미취학 어린이들이 노는 키즈카페의 흔한 풍경이다.

시장 포화로 차별화에 나선 키즈카페들이 체험이라는 명목 아래 각종 뷰티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성인문화가 아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인천시 서구 한 키즈카페가 운영하는 어린이용 스파는 다양한 체험 행사 중에서도 인기가 가장 높다. 마사지사가 샤워 가운을 입은 아이들에게 스팀 타월로 손 마사지를 해 주면서 마스크팩을 붙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입장료와 체험비가 따로따로인데도 현장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정도다. 카페를 찾은 아이들은 푹신한 분홍색 소파에 나란히 앉아 마스크팩을 붙이며 아로마 오일을 푼 물에 족욕을 할 수 있다. 아동용 수성 네일 제품으로 알록달록한 네일아트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한다. 역시 예약제다.

5살 딸을 키우는 이모(30)씨는 “유튜브에서 보니 요즘은 키즈카페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데려간 적이 있다”며 “예약자가 많아서 카페 내 방송으로 스파 프로그램 진행 시간을 알려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키즈카페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어른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겨냥한 키즈 마케팅과 맞물려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젊은 연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에는 매일 어린이 메이크업을 주제로 한 각종 동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된다. ‘키즈 화장품으로 화장하기’, ‘초등학생의 데일리 메이크업’, ‘어린이 화장 놀이’ 등 아이들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 보는 영상부터 성인이 아동용 화장품을 이용하는 영상까지 다양하다.



출처 이미지투데이


이를 반영하듯 어린이용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4일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363% 증가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94%와 251%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 폭을 보였다.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시장은 불황을 극복하는 대표 시장으로 급부상한지 오래다.

키즈 마케팅은 일명 ‘미니미 드레싱’에 기초를 둔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에게 지출하는 소비로 부모가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과 똑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고, 커플룩을 입었다는 사실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다. 키즈카페 내 뷰티 프로그램을 비롯한 어른들의 꾸밈 문화가 ‘잘 팔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키즈카페 내 뷰티 프로그램을 비롯한 어른들의 꾸밈 문화가 아이들의 ‘놀이’로 소비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유행이 성 역할을 고착화할 수 있다거나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 관계 형성을 되려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경섭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결국 아이들이 엄마 몰래 화장해보며 놀던 걸 상업화한 건데 아이들 특성상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서 또 다른 자극을 찾게 된다”며 “맞벌이 등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워진 사회에서 양육 역할을 키즈카페 등 바깥에 맡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마사지나 화장을 비롯한 성인문화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하고 경험시키는 게 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어른을 따라 하는 게 유아 놀이의 많은 것을 차지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자기에게 맞게끔 놀이로 변형시키는 것”이라며 “이러한 프로그램과 장소를 어른들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나날이 몸집을 키워가는 ‘어른 놀이’ 시장에서 부모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진정 아이를 위한 투자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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