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이 의료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쪽짜리 영리병원이어서 의료 서비스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은 “영리병원 등장으로 의료비가 폭등할 수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의식해 “더 이상 영리병원 승인·허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서 또 다른 영리병원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영리병원의 승인은 났지만 의료산업 발전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국내 의료산업은 겹겹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의료기기 규제개혁 법안은 여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새 기기들의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밀려 법안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은 줄기세포 치료나 체외진단기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료 규제를 우선적으로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의료 규제가 완화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엄청나다는 분석은 많이 나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의료 규제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2020년까지 37만4,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최대 국정목표로 설정한 정부가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료 규제 완화를 미적거려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영리병원 허가를 계기로 산더미처럼 쌓인 의료 규제를 확 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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