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타임, '올해의 인물'에 카슈끄지 등 '진실수호 언론인들' 선정

'언론의 자유와 진실'을 위해 탄압받거나 숨진 언론인들 선정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에 맞선 레사, 로힝야족 취재 중 구속된 와 론 기자 등 5명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2018 올해의 인물’인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3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메타포라 프로덕션 영상 캡처] /AP=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2018 올해의 인물’에 진실을 밝히고자 사투를 벌이는 언론인들이 선정됐다.

타임은 11일(현지시간) 지난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등을 포함해 언론 자유와 진실을 수호하다 숨지거나 탄압받은 언론인들, 이른바 ‘수호자들과 진실에 대한 전쟁’(guardians and the war on truth)을 ‘올해의 인물’로 발표했다. 카슈끄지와 함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의 인권 탄압 정책에 맞서다가 탄압받고 있는 필리핀 뉴스사이트 ‘래플러’(Rappler)의 대표이자 언론인 마리아 레사, 미얀마군이 저지른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다가 체포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로이터통신 소속 와 론 기자와 초 소에 우 기자,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편집국 총격사건으로 숨진 언론인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우디 유력 언론인이던 카슈끄지는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과 여러 차례 인터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개혁 성향 일간지 ‘알와탄’ 편집국장을 지낸 그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하다가 사우디 정권의 눈 밖에 났다. 특히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중의 혁명을 지지해 사우디 왕가와 갈등하기도 했다.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는 지난해부터 미국에 머물며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정권과 왕가를 비판하는 칼럼을 써왔다.

지난 10월 2일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던 카슈끄지는 이후 실종됐으며, 사우디 정권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으나, 사우디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임은 관련 기사에서 “희고 긴 수염과 온화한 태도를 가진 이 뚱뚱한 남자는 감히 그의 나라 정부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잔혹함에 관한 진실을 세계에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 때문에 살해됐다”라고 언급했다.



필리핀 언론인 레사는 ‘래플러’ 설립자 겸 편집인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게 하고 인권을 침해한 두테르테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러자 필리핀 정부는 올해 1월 래플러의 허가를 취소하는 등 그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 2015년 외국계 회사 2곳에 래플러가 채권을 매각한 것은 ‘외국인의 필리핀 국내 언론 소유권 금지’ 조항 위반이라는 게 두테르테 정부가 내세운 이유였다. 레사는 당시 채권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약 35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세 혐의까지 받는 등 끊임없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소속 와 론과 초 소에 우 기자는 지난해 12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집단학살 암매장 사건을 취재하던 중 관련 기밀문서를 부정하게 입수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정부에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윗선의 함정수사 지시가 있었다는 해당 경찰관의 폭로가 나왔지만 법원은 이를 무시하고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두 기자가 구속된 지 1년을 맞으면서 현지 기자와 인권활동가들은 물론 국제 사회가 그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으나, 한때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던 실권자 아웅산 수치는 판결을 옹호하며 이를 외면하고 있다.

메릴랜드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총기사건은 자신이 관련된 폭력 사건에 대한 보도에 불만을 품고 몇 년째 언론사와 기자를 위협하던 30대 백인 남성이 결국 지난 6월28일 편집국에 난입, 총격을 가해 5명의 언론인이 숨진 사건이다. CNN 방송은 이 사건이 ‘9·11 이후 언론인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