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인사로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가 갖춰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미래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위치에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005380)가 지난 5월 전격 연기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무리 짓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을 늘릴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임직원과 국내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자문사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그리고 있다.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에서 모듈·AS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되고 향후 오너들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주식스와프(교환)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양도세를 내는 정공법을 택했고 정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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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사들의 지분을 확보한 후 반대를 표명하면서 5월 지배구조 개편은 연기된 상태다.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새로 짜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는 새 개편안에 앞서 기존 주주들과 시장에 대한 소통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가 2,100억원(약 279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도 주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엘리엇 등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핵심 카드다. 새로운 개편안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현대차와 합병 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시나리오 등이 예상된다. 또 현대모비스의 AS와 부품모듈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상장한 뒤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신설되는 모비스 법인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이 불발됐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차기 정점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시장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는 선에서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편을 두 번 실패할 경우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장고에 장고를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 두 번 실패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며 “절대 실패하지 않을 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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