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초등학교들이 1교시 전에 축구나 합창 등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아침 방과후수업’ 폐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7∼8월 전체 초등학교 117곳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운영 특정감사’를 벌인 다음, 시교육청은 전체 학교에 ‘학생 건강이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1교시 전 강좌를 운영하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시교육청 측은 “당시 학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수준이어서 1교시 이전에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가 정확히 몇 곳인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아침 방과후수업 폐지가 올해까지는 권고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침 방과후 수업의 중지는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의 공약으로, 어린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 측면에서 사실상 ‘0교시 수업’에 해당하는 강좌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란 명목으로 진행됐다. 일선 초등학교들은 위탁업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방과후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 기간이 남은 학교들은 현재 예체능이나 컴퓨터 등 수업을 아침에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업체와 협의를 통해 중도에 아침 수업을 폐지한 학교들도 있다.
다만 아침에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아침 수업이 없어진 학교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아침 수업을 운영해 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특히 내년에는 모든 초등학교에서 아침 수업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이런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맞벌이를 하는 한 학부모는 13일 “평소 오전 8시까지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했는데, 아침 수업이 없어진 후로 난감한 상황”이라며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할 수 없어 평소처럼 빨리 보내는데, 선생님도 없는 교실에서 1시간이나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안쓰럽고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시교육청은 초등학교의 아침 방과후수업인 이른바 ‘0교시’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침 수업을 원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해당 과목을 오후에 개설해서 많은 아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학부모들도 많다”면서 “다양한 요구들을 모두 충족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초등학교 0교시는 감사원의 감사대상이 될 수 있어 지역적으로 허용할 수도 없다”며 “다만 학교장이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맞벌이 학부모가 얼마나 있고 아침 수업이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한 뒤 아침 수업을 운영한다면 이를 교육청이 강제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선 학교 측에선 “교육청에서 아침 방과후수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이미 학교로 하달돼 이를 어기기는 어렵다”며 “맞벌이 학부모들이 이른 아침에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수업해달라는 요청이 있지만,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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