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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선택 서비스' 국한 ...공공의료 붕괴 없을것

영리병원 허용 -찬성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미용·건강검진 등 대상

● 개인기호 따라 더 좋은 서비스 선택 가능해져

● 병원들 회계 투명성 높이는 계기 작용할수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국내 첫 영리병원의 개원 허가를 내주면서 찬반양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5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최종 승인했다. 제주도민 공론화조사위원회의 최종 권고안은 ‘불허’였지만 외국인관광객만 진료하는 조건으로 개원을 허가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은 현행법상 환자 진료를 막을 근거가 없어 결국 ‘내국인 진료’도 가능한 영리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영리병원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원 지사의 퇴진까지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영리병원 허용 찬성 측은 이번에 허가받은 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선택적 의료서비스에 국한돼 진료비 증가와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촉발할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영리병원이 특정 보험 가입자만 진료하는 폐해와 함께 의료비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로 내수경기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 의료기관 설립과 관련된 논쟁은 지난 16년간 진행돼왔다. 투자개방형 병원, 주식회사형 병원, 영리병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외부 투자의 의료계 유입에 대한 찬반 논의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먼저 영리병원이라는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주식회사형 병원이라는 명칭이 보다 명료하다. 기업처럼 회사채와 주식 발행으로 외부 자금을 투자 성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병원 운영으로 수익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에게 배당이 가능하며 반대로 도산시 부채를 청산한 잔여재산을 주주들에게 배분한다는 점이 바로 주식회사의 성격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영리병원이라는 명칭이 많이 쓰임으로써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는 바로 진료 행위 자체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뒤로 한 채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한다든지 저소득층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염려와 우려는 이러한 영리 추구 행위가 공공재인 의료서비스 영역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점은 필자 역시 공감하지만 과연 개인의 기호에 따라 소비하는 미용·성형 수술에서도 이러한 공공재적 성격이 인정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서비스를 필수적 의료서비스와 선택적 의료서비스로 구분하고 있다. 필수적 의료서비스란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된 의료 행위와 사회적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염성 질환과 관련된 의료 행위다. 바로 이런 필수적 의료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보장제도를 통해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필수적 의료서비스는 공공병원이 제공하는 의료뿐만이 아닌 정부가 정한 법령에 따라 제공되는 의료, 즉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제공된다. 나아가 정부가 가격을 고시하고 정부의 관리 감독을 따르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필수적 의료서비스도 공공의료체계에 포함된다.



그러나 제주에서 개설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의 경우는 이러한 필수적 의료서비스가 아닌 개인의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선택적 의료서비스가 주요 대상인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용·성형·건강검진 같은 진료과목은 기존의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제도 같은 공공의료제도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미 외국 의료기관과 영리병원, 주식회사형 병원의 이슈와 별도로 이러한 진료과목은 지금도 개인의 기호에 따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본인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본인이 비용을 전액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적 의료서비스 영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저소득층에 대한 진료 거부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또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특성상 불필요한 진료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일은 소비자의 자유로운 시장 선택에 의해 최종적인 소비 대상에서 배제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선택적 의료서비스 영역의 의료 행위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내국인에게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 강남에 몰려 있는 미용 및 성형외과, 피부과로 지방의 환자들이 이동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기의 선택으로 임의대로 소비하는 선택적 의료서비스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사회보장제도를 발전시켜온 서구의 선진국에서도 선택적 의료서비스 영역은 건강보험제도의 보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진료비 증가를 가져와 공공의료체계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진료 대상에 필수적 의료서비스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설 허가의 진료 대상은 미용·성형·건강검진의 범위로 국한돼 있다. 또 진료 대상이 외국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 역시 공공의료체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진료 행위를 통해 보다 고급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투자 비용을 외부 투자로 조달한다는 점은 우리 국내 병원이 목말라 있는 자본시장 참여가 외국 의료기관에 국한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주식회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회계기준이 병원계에도 도입돼야 한다.

사실 국내에서는 국공립병원과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개별 병원의 회계정보를 외부에서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준히 공개된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이번 개설 허가를 계기로 오히려 주식회사에 요구되는 회계 투명성이 병원계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병원의 회계적 투명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공재원이 투입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서도 기업 수준의 회계적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연간 의료 분야에 7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공공재원의 감시 감독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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