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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옛날동네' 살리는 살롱…허름한 골목서 피어난 '힙&핫 플레이스'

문래동 철공소골목·을지로 인쇄거리 등

2030예술가 저렴한 창업공간으로 낙점

갤러리·공방 들어서며 낙후 지역에 활기

취향관




쇠락한 ‘옛날 동네’이자 도심 속 ‘외딴 섬’으로 인식됐던 문래동·을지로 등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들이 주축이 된 살롱문화를 타면서 ‘힙앤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만 프랑스식 살롱문화가 귀족과 부자들의 응접실 예술이라는 여유로운 사치로 시작됐다면 한국의 살롱문화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해 살롱문화를 재해석한 ‘현대적 버전’으로 거대 자본과 기성세대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살롱문화의 중심지가 된 이 지역들은 자본 중심의 고급문화가 아닌 개성과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철강산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철공소 골목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낙후된 지역으로 여겨졌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가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예술가 마을인 문래창작촌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010년이곳에 문래 예술공장을 세웠을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메카가 됐다. 또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개성 있는 카페와 맛집이 들어서면서 철공소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곳은 2030 젊은 세대들의 예술문화 ‘놀이터’가 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문래동은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 등으로 예술을 비롯한 상업 지역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곳이었기에 이러한 변화는 상전벽해에 가깝다.

마포구 일대 역시 살롱문화가 빠르게 정착된 곳이다. ‘취향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취향관(합정동)’은 취향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살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취향을 공유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내 새로운 문화를 일궈내고 있다. 서교동에 위치한 ‘문토’는 영화·연극·독서·음악·글쓰기·요리 등 다양한 모임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며 예술과문화가 있는 모임을 선도하고 있다. 연남동은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로 ‘레트로’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이곳은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별 창작자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을 비롯해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카페·맛집 등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활기를 얻었다. 연남동 주민들의 생필품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동진시장은 연남동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연남동에는 동네 책방도 대거 들어섰다. 국내 젊은 여성 작가 작품을 대거 선보이는 ‘책방서로’, 음악전문 서점 ‘라이너 노트’, 여행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사이에’ 등 책방 주인의 취향이 강한 서점들이 연남동의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낮은 건물들이 있고 엉킨 전깃줄과 전봇대가 즐비한 을지로는 과거 ‘도심 속 외딴 섬’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빈티지하면서도 레트로한 카페·주점·음식점들이 들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로 꼽히는 익선동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오래된 한옥을 정비하고 개조하면서 개성 있는 카페를 비롯해 갤러리·공방 등이 속속 들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색빛 공장지대였던 성수동 또한 이들 지역과 비슷한 변화를 맞고 있다. 1970년대부터 수제화 관련 제조업체들이 몰려들어 최대 수제화 산업단지였지만 최근에는 낙후된 동네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 폐공장과 창고 등을 리모델링한 카페·쇼룸·스튜디오 등이 즐비한 ‘힙한 동네’로 변신해 관광객들을 비롯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문토 글쓰기 모임


2030의 살롱문화는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속초시에는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 등이 지역주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속초시의 인구가 8만명인 데도 불구하고 문우당서림 회원은 3만명에 달할 정도다. 이 서점들은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닌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지방 소도시민들에게는 다양한 서적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과 취향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왜 밀레니얼 세대들은 살롱문화의 거점으로 이러한 곳을 선택했으며 ‘낙후되고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일까. 책 ‘라이프 트렌드 2019’를 통해 내년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살롱문화를 꼽은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연구소 소장은 “우선 밀레니얼 세대들의 문화적 특징과 경제적인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공간들의 창업자는 30대 전후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비싼 동네는 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이미 문화적으로 ‘굳어진’ 동네이기 때문에 도심에서 가깝지만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이어 “핫플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과거에는 돈으로 콘텐츠 만들다 보니 기성세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콘텐츠’가 곧 핫플레이스여서 젊은 세대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간에 대한 인식 자체가 기성세대와 다르다. 김 소장은 “살롱문화가 형성된 동네를 ‘쇠락한 곳’ ‘낡은 곳’으로 보는 시선 역시 기성세대의 기준”이라며 “을지로나 익선동이 기성세대에는 쇠락한 동네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에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라면서 “‘올드’와 ‘뉴’는 미묘하게 연결되는 것이라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누구에게는 ‘올드’가 되고 누구에게는 ‘뉴’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살롱문화를 통해 형성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인맥의 특징에 대해 김 소장은 “기성세대가 학연·지연·혈연 등을 필요할 때 써먹기 위해 인맥을 만들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좋아하는 것을 나눌 사람이 인맥”이라고 설명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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