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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기자, 책 든 기자…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모저모

지난해 이어 질문권 얻기 경쟁…文 질문자 선정 ‘진땀’

외교현안 장문 질문에 “답을 다 말씀해주셨네요” 폭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으로 네차례 호칭도

김태우·신재민 관련 질문엔 난감한듯 6∼7초간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장에서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한 기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인 이날 회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진행 방식을 취했다.

청와대 본관에서 오전 10시부터 29분 남짓 기자회견문 발표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니 블루’로 불리는 푸른 넥타이를 매고 회견 장소인 영빈관에 들어섰다. 노영민 비서실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함께였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문구가 쓰인 백드롭을 배경으로 앉자마자 “제가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겠다”며 곧바로 문답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단의 간사부터 질문을 시작해온 게 관행”이라며 “연합뉴스 이상헌 기자에게 (질문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문답에서 문 대통령은 질문자를 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앉은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핸드폰과 책을 손에 쥔 채 손을 번쩍 들어 대통령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기자들 중에는 눈에 띄기 위해 한복을 입고 온 기자도 있었다. 질의 중 특정 유형의 매체에 질문이 쏠리자 고민정 부대변인이 개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중앙일간지 기자님들만 손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비교적 자유롭게 회견이 진행된 덕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연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친서와 관련한 질문에 문 대통령이 답변하자 이어 한 기자는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예상 못했던 질문과 답변에는 순간순간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비교적 긴 분량의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자가 방안(답)을 다 말했다”면서 “저도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해 기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답변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아니라 ‘김정은’이라고 네 차례 부른 것도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비교적 날 선 질문에는 단도직입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실 경제가 힘든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물음에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는 기자회견문 내내 말씀 드렸다”며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단언했다.

비교적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 가던 문 대통령이 다소 난감한 모습을 보였던 질문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권력남용’ 주장과 관한 것들이었다. 두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 대통령은 6∼7초 남짓 한 곳을 응시하다가 어렵사리 “일단…”이라고 말문을 뗐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언론 보도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짙어졌다’는 언론의 평가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80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기자들과의 문답 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10분가량 넘겼다. 회견 막판 문 대통령은 “미흡할 것 같으니 앞줄에서 질문을 차례대로 받겠다”고 하고는 네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먼저 받은 다음 순서대로 답했다.

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답변한 질문은 총 25개에 달한다. 질문은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일문일답을 마친 뒤 떠나면서 “언론과 정부는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본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가요가 재생되고 있었다. 올해의 배경음악은 김민기의 ‘봉우리’다. 청와대는 ‘지금의 위기만 넘으면 나아질 거라는 낙관을 말하기보다 닥쳐올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멀리 있는 바다를 향해 봉우리를 함께 넘자는 당부이자 부탁’이라고 선곡 이유를 설명했다. ‘봉우리’는 본관에서 회견문 발표를 마치고 영빈관까지 문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안 회견장 내에 상영된 문 대통령 동영상에도 쓰였다.

이 외에도 국민이 찬란한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뜻의 ‘브라보마이라이프’(봄여름가을겨울),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국민의 편에서 한 해를 보내겠다는 뜻을 담은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커피소년), 말하는대로 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정부가 되겠다는 뜻이 담긴 ‘말하는대로’(처진 달팽이), 평화를 주제로 힙합그룹 ‘그루배틱’이 만든 ‘괜찮아’가 흘러나왔다.

한편,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들도 작년과 달리 별도의 참모진 구역에 앉지 않고 기자들 사이 곳곳에 앉았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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