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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징벌적 부동산 세금 아니라고 하는데…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공시가 '깜깜이 산정' 비난 속

국토부, 올해 대폭 인상 예고

'부자 겨냥 증세' 강조하지만

중산층·서민층 여파 불보듯





‘상식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범위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사회 통념상 적지 않은 수가 인정하는 수준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찬반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A라는 정책에 대해 ‘상식 수준을 벗어났다’는 말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책이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세금 관련 정책이 그것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다. 속도와 방법 등이 상식 수준을 벗어나 징벌적 과세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사실 세금을 늘리는 일은 ‘악마와의 키스’에 비유된다. 필요한 재원을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수단이지만 증세는 때로는 정권을 바꾸기 때문이다. 위험성은 있지만 부동산 세금만큼은 예외다. 정부는 부동산 증세에 대해 집값 안정과 불로소득 환수 등 여러 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세 부담 증가가 고가 주택 소유자 등 소위 부자들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징벌적 증세는 더더욱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징벌적 증세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불을 더욱 지핀 것은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적극(?) 개입했다는 점이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 공시가격은 ‘깜깜이 산정’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가 주택 및 고가 토지 등을 대상으로 공시가격을 크게 올린 것. 한마디로 정부의 입맛대로 공시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공시가격 로드맵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장 개입은 이 같은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징벌적 과세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공시가격 인상에 상관없이 올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올해 주택과 토지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5%로 높아진다. 여기에 종부세 세율도 인상된다. 공시가격 인상이 없더라도 올해 부동산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급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시가격마저 큰 폭으로 뛰면서 보유세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점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서 역대 정부도 공시가격 현실화 등 보유세 증세를 추진했지만 제대로 못했다. 이 이면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 보유세 인상이 가지는 파장 때문이다. 공시가격 인상은 세금뿐 아니라 국민연금·건보료 산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유세가 오르면서 시차만 차이가 있을 뿐 그 여파가 임차인·임대료 등에 영향을 미친다. 보유세가 오르면 순차적으로 그 여파가 중산층 및 서민층에게 전이된다는 점이다.

지난 1987년 일본 자민당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부가세의 일종인 ‘매상세(賣上稅)’를 도입하려고 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고령화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법인세·소득세는 줄이면서 모든 국민에게 매상세 부담을 지운다는 발상은 거센 저항을 야기했다. 결국 나카소네 총리의 5년 장기집권은 종지부를 찍었다. 1978년 총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은 신민당에 득표율 1.1%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는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전 해에 도입한 부가세가 한몫했다.

정부의 인식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옳은 설명이다. 하지만 시차가 있을 뿐 부동산 세금 인상은 집을 가진 소유자뿐 아니라 세입자·고령자 등 전 계층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징벌적 세금이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lj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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