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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가 ‘실패한 자객’?…중국 역사전시회 ‘격하’ 논란

훙커우 공원 의거 “성공 못했다” 설명…역사적 사실과 달라

‘북한인 표기’ 오류수정 요청에 아예 윤 의사 사진 내린일도

중국 상하이시 황푸구에서 열린 화이하이루 역사 특별 전시회에 걸린 윤봉길 의사 관련 전시물. 윤 의사를 ‘자객’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한 역사 전시회에서 훙커우 공원 의거의 주인공인 윤봉길(尹奉吉·1908∼1932) 의사가 ‘자객’으로 소개돼 논란이다. 또 최근 상하이시 역사박물관이 공동 항일운동을 펼친 외국인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윤 의사의 사진만 내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에서도 의인으로 높게 평가받던 윤 의사에 대한 ‘격하’ 흐름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일 상하이시 황푸구의 옛 쑨원 청사 건물에서는 유서 깊은 인근 거리인 화이하이루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회가 개최됐다. 황푸구 정부 차원의 행사인 이번 전시회에는 1932년 4월 29일 아침 윤 의사가 거사를 위해 출발한 장소인 위안창리 골목 입구의 사진이 전시됐다. 그런데 주최 측은 사진을 “‘자객’(刺客) 윤봉길이 13일 위안창리에서 출발해 훙커우 공원으로 이동했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의사(義士)는 현장에서 포로가 됐다”고 설명해 놓았다. 문구 말미에 ‘의사’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간 중국에서도 윤 의사를 통상 ‘애국자’, ‘열사’ 등으로 칭해왔다는 점에서 ‘자객’이라는 표현은 낯설고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윤 의사의 의거로 당시 상하이 점령 작전을 지휘한 일본군 시라카와 요시노리 대장이 크게 부상했다가 후유증으로 한 달 뒤 숨지는 등 다수의 일본군 지휘관과 고위 관리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점에서 거사가 실패했다는 설명도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윤 의사 기념과 관련해 중국 측이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하이 교민사회와 우리 외교 당국에 따르면 상하이 역사박물관은 작년 7월께 상설 전시구역 내 ‘세계 반파시스트 연대’ 코너에 있던 윤 의사의 사진을 내리고 그 자리에 일본의 침략 시기에 중국인들을 도운 독일인 여성의 사진을 전시했다. 한국 외교 당국이 우리 관람객의 제보를 받고 사진에 달린 영어 설명란에 윤 의사가 ‘North Korean’으로 잘못 적힌 것을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하자 박물관 측이 ‘정기 전시물 교체’를 이유로 윤 의사의 사진을 아예 내리고 다른 사진을 전시한 것이다. 윤 의사의 고향은 충청남도 예산이어서 한반도 분단과 관계없이 그를 북한인으로 봐야 할 근거는 부족하다.

우리 외교 당국은 박물관 측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윤 의사 사진을 재전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추후 계획이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물관을 찾은 한 교민은 “전시물 선정권은 중국에 있지만 윤 의사 사진이 사라진 것을 보고 섭섭한 마음이 컸다”며 “윤 의사가 외국인이지만 큰일을 하시고 의거 당시 중국인들도 높이 산 분인데 최근 다소 불편했던 한중관계 흐름 속에서 윤 의사 사진을 제외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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