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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태국 해군 최고전력 부상…韓中 전투함 수출경쟁서 우위 굳혀

< 72 > 푸미폰함 태국 인도…국산 전투함 수출 탄력받나

국민 추앙받던 전 국왕 이름 하사

함명 '푸미폰 아둔야뎃'으로 변경

1년여간 시험평가서 성적 좋으면

개도국서 한국산 이미지 쇄신 기대

무장 구성 대부분 서방 선진국 부품

국산 장비 탑재율 높이는 노력 필요

지난해 5월 태국 북부 촌부리의 사타힙 해군기지. 휴양지로도 유명한 사타힙에 경사가 생겼다. 왕립 태국 해군 함정 푸미폰 아둔야뎃함(HTMS Bhumibol Adulyadej)의 입항식이 열린 것. 태국은 물론 한국에도 ‘푸미폰’함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이 함정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 태국 해군이 인수하고 2주일 동안의 항해를 거쳐 태국 영해로 들어갈 즈음 함명 변경이 알려졌다. 건조 직후 함명을 변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우해양조선의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돼 태국 해군에게 인도된 후 한국 해역을 항해 중인 ‘푸미폰’함. 태국은 2주간의 항해로 자국에 도착한 직후 함명을 ‘타친함’에서 국민의 존경을 받는 ‘푸미폰함’으로 바꿨다. 푸미폰함은 중국산 함정들을 제치고 태군의 해군 최강 전력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중국과 동남아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계기로도 평가된다.




◇‘푸미폰’함의 함명 변경, 태국의 기대 높아=당초 함명은 ‘타친(HTMS Thachin)’. 태국 해군의 전통에 따라 강(江·Tha Chin River) 이름을 붙였다. 태국 해군으로서는 대우해양조선에서 건조한 이 함정이 두 번째 ‘타친’함이다. 1936년 일본 요코스카 우라가 조선소에서 건조한 1,422톤급 구축함 ‘타친’함을 59년간 사용하다 1995년 퇴역시킨 태국 해군은 신예함을 도입하며 함명을 이어갔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독립국으로 구축함 8척, 잠수함 4척을 운용했던 태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강력했던 시절의 향수와 전통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함명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대우해양조선에서의 건조식에서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이이율곡함과 시범항해를 할 때도 함명 ‘타친’은 그대로 쓰였다. 그런데 연초 태국 영해로 진입하면서 함명이 바뀌었다. ‘푸미폰 아둔야뎃’함으로. 푸미폰이 누구인가. 전 국왕 라마 9세. 1946년 등극해 2016년 89세로 서거할 때까지 70년4개월 동안 왕좌를 지키며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군주다. 정치에 직접 간여하지 않는 국왕이면서도 태국의 정권을 쥐락펴락하던 군부의 쿠데타도 ‘부적절하다’는 말 한마디로 뒤엎을 정도로 권위를 갖고 있었고 모든 계층이 따랐다.

태국 역사상 가장 명군으로 꼽히는 푸미폰 국왕의 이름이 함명에 붙었다는 것은 태국이 이 함정을 어떻게 여기는지를 말해준다. 입항식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지시에 따라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이름이 함명으로 공식 명명될 만큼 신형함은 다기능·고성능을 자랑한다.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항공모함을 보유한 태국 해군에서 푸미폰함은 가장 비싼 함정으로도 손꼽힌다. 태국은 동급 함정을 자국 조선소에서 추가 건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옛 타친함도 메콩함과 함께 두 척을 운용했다. 물론 추가 건조에는 예산 여건이 좋고 태국 해군에 정식 배치(전력화)될 내년 초까지 푸미폰함이 각종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한국산 함정, 중국제보다 우수성 인정받아=태국 해군에서 푸미폰함이 가장 비싼 함정이며 항모 다음으로 대형 함정이라는 점은 한국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스페인에서 1996년 도입해 이듬해 취역시킨 항모 짜끄리 나르벳(HTMS Chakri Naruebet·만재배수량 11,486톤)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태국의 최대 함정은 ‘나레수안(HTMS Naresuan)’함이다.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반에 재위하며 당시 강대국 버마의 침략을 물리친 ‘나레수안 대왕(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돕겠다며 명나라에 출병을 제의한 적도 있다)’의 이름이 붙은 이 함정을 건조한 국가는 중국이다. 만재배수량 2,985톤인 나레수안함은 자매함인 탁신함과 더불어 태국 해군의 최상위 전력(하이엔드)이지만 건조에서 실전배치(취역)까지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태국이 중국에서 053급 프리깃을 바탕으로 성능을 강화해 나레수안과 탁신함으로 수입한 시기가 1990년. 하지만 저렴하게 인수한 뒤탈을 겪었다. 중국산 함체에 서방 진영 무기체계와 전자장비를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복구 성능(대미지 컨트롤)도 미달이었고 전기배선체계조차 복잡하고 조악했다. 결국 태국은 중국에 수차례 하자보수를 요구했고 실전배치까지는 인도 후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태국이 한국산 함정에 주목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중국제 잠수함에 불만을 갖고 있는 태국은 한국산 잠수함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의 수출지원뿐 아니라 한국 해군 역시 태국에서의 시운전과 전력화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필리핀 해군의 주력전투함으로 수출될 HDW 3000함의 기본형인 인천급 호위함. 지난해 기공에 들어간 이 함정은 각종 국산 장비와 무장을 탑재하고 있어 국산화율이 높은 함정으로 손꼽힌다. 함정 수출과 더불어 국산 장비와 무장 탑재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망된다.


◇한중, 전투함 수출 경쟁구도=태국의 최상위 전력함정으로 한국산이 채택됐다는 것은 물밑에서만 진행되던 한국과 중국의 전투함 수출 경쟁에서 한국이 질적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일찌감치 우방국과 개발도상국에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초저가 혹은 정치적 우호가격을 붙여온 중국의 함정 수출실적은 녹록지 않다. 함종과 지역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우방으로 각종 무기를 공동개발하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알제리·이집트 등 아프리카 지역과 방글라데시·태국·말레이시아·미얀마 등에 각종 전투함을 수출해왔다. 여기서 동남아 지역과 1,000톤급 코르벳함(초계함)부터 4,000톤급 프리깃(호위함) 부문에서 한중의 방산수출 시장이 겹친다.

한국은 2001년 방글라데시에 2,370톤급 반가반두함을 첫음으로 수출한 이래 영국·노르웨이·뉴질랜드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군수지원함, 개도국을 대상으로 전투함 수출에 주력했으나 개도국 시장에서 중국에 훨씬 못 미쳐온 게 사실이다. 반가반두함이 운영 미숙과 정쟁에 휘말려 조기 퇴역과 재취역, 중국제 함대공미사일 탑재 개조 등을 거친 후유증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 태국에 인도한 푸미폰함이 1년여의 시험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이미지 쇄신 효과가 기대된다. 필리핀에 대한 전투함 수출과 남미 지역에의 저가 상륙함 기술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부수 효과 큰 함정 수출, 무장·체계 통합 이뤄야=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푸미폰함 수출에도 그늘이 있다. 무장과 전투체계가 대부분 서방 선진국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푸미폰함은 스웨덴제 전투 시스템과 독일제 대잠체계, 미국제 대공미사일이 실린다. 안승범 디팬스코리아 대표는 “개도국의 경우 한번 도입한 함정은 최하 30년 이상, 50년까지도 운용한다”며 “함체뿐 아니라 전자장비와 운용체계, 무장까지 한국산으로 충족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함정 수주가격보다 훨씬 많은 후속 군수지원을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산 전투체계, 함대함·함대지·함대공 미사일과 각종 어뢰, 로켓형 어뢰까지 개발을 마쳤다. 필리핀에 수출될 호위함은 각종 국산 장비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출금융지원과 군당국의 교육훈련 등 부수 지원도 절실하다. 주로 프랑스와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독무대였던 중소형 수상 전투함 수출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제치는 계기를 구조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른 변수도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터키 등 후발 방산국가의 추격. 브라질 차기 호위함 선정사업에서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터키까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경계 대상은 일본. 군사 대국화의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일본이 자위대에서 퇴역하는 함정을 수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자국 고유의 시스템을 고집하기에 다른 나라가 쉽게 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낮은 가격으로 내놓을 경우 잠재시장을 잠식당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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