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미술시장, 이제 양지로 나가자

홍태림 미술비평가·크리틱-칼 발행인





위작은 미술시장과 미술사를 파괴·왜곡하는 암(癌)적인 존재다. 가령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03년 즈음 3,700만여원을 주고 경매에서 구매했던 고(故) 이성자 작가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위작으로 밝혀진 것과 전남 함평군이 2015년에 구매했던 35억원 상당의 추사 김정희 작품들이 위작으로 드러난 최근 사례를 떠올려보자. 이러한 사례는 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국내의 다른 미술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장품 중에도 다량의 위작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정부와 화랑계는 위작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워서 위작이라는 이름의 암들이 계속 악화·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화랑계는 일부 위작 사건을 미술시장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강변하거나 4,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미술시장의 규모가 1조원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 규제하지 말라는 말 등을 반복하며 정부의 개입을 전면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화랑계가 지난 20년간 약 1,000배에 달하는 시장 규모의 확장을 이뤘음에도 여전히 자기합리화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왜냐하면 일부 문제를 일반화 말라는 전자의 내용은 위작 유통의 심각성을 몸살감기 정도로 축소한 것이며 미술시장의 규모가 4,000억원에 못 미친다는 후자의 내용은 지하시장의 규모를 빠뜨린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위작 유통이 반복되는 이유는 미술시장의 구조에도 있다. 국내 미술시장은 가나아트,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가 국내 화랑 총매출액의 80%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가나아트와 갤러리 현대는 화랑과 옥션을 실질적으로 겸업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15~2016년 기준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출품된 작품 중 약 80%는 가나아트와 갤러리 현대가 다뤄온 작가의 작품과 겹친다. 게다가 앞서 거명한 옥션들은 작품의 진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약관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미술품 감정도 문제다. 왜냐하면 다수의 화랑 관계자로 꾸려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은 감정인에게 로비나 협박이 있을 위험이 있다는 명목 등을 거론하며 감정서에 분석 방법과 그에 따른 논증, 감정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위작 유통은 결코 근본적 차원으로 억제될 수 없다. 최근 위작 사건과 화랑을 통한 대기업의 미술품 횡령 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위작 유통의 억제에 대한 화랑계의 의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미술품 유통법을 다시 꺼냈다. 그러나 화랑계는 무조건 미술품 유통법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미술품 유통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랑계가 위작 유통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도 세우지 않으면서 정부의 개입을 계속 반대한다면 그것은 결코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화랑계는 이제라도 양지를 지향하며 미술품 유통법의 긍정적인 발전 및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위작 유통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적용 기준을 생존 작가까지 넓힌 후 세율은 상징적인 규모로 대폭 낮춰서 작품의 거래 이력이 투명하게 누적되는 과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