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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의 영화 속 그곳]내면의 '발로(Valor)'를 발견하다

④ 인천 발로(Valor) - '뷰티 인사이드'

< Valor-'가치'를 뜻하는 스페인어 >





한 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외모다. “나는 성격만 본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콧대가 낮네, 입매가 별로네’ 따지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만난다. 벨기에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가 쓴 ‘추남, 미녀’는 이처럼 인간들의 삶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부부는 갓 태어난 아들의 못생긴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데 자식의 외양을 보고 뒷목 잡고 까무러치니 말 다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다룬 판타지 로맨스

영화 공간 ‘가구 판매점’이 스튜디오·카페로



백종열 감독이 연출한 ‘뷰티 인사이드(2015년)’는 ‘추남, 미녀’처럼 육체와 정신, 외모와 내면의 관계에 대한 인류의 오랜 관심과 흥미를 다룬다. 영화의 주인공인 우진은 열여덟 살 생일을 맞은 아침,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마주하고 소스라친다. 머리숱은 휑하니 빠졌고 피부는 자글자글 주름투성이가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얼굴이 달라졌다. 어떤 날은 백마 탄 왕자보다 멋있었지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을 만큼 못난 날도 있었다. 그렇게 ‘얼굴 없는 남자’로 11년째 살고 있는 우진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 그는 최신 유행을 살피고 시장조사도 할 겸 가구점을 들렀다가 그곳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이수(한효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발로(Valor)’는 영화에서 이수의 일터로 나온 가구점을 촬영 스튜디오로 꾸민 곳이다. 사거리에 두 건물이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서 있는데 하나는 촬영 스튜디오(발로 1호점), 다른 하나는 카페(발로 2호점)다. 먼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받은 영수증을 들고 건너편 건물로 가면 무료로 스튜디오에 입장할 수 있다. 다만 휴대폰이 아니라 DSLR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음료 영수증 대신 1만원을 내고 별도의 패스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발로는 우리말로 ‘가치’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고풍스러운 소품·형형색색 화려한 조명…

자신을 다시 한 번 곱씹는 감성에 빠져

애틋한 연애 회상하며 연인들 곳곳서 찰칵

영화의 배경이 된 1호점 내부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고, 햇살 아래 눈부신 미소를 발산하던 한효주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는 무리도 여럿 보인다. 촬영 스튜디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넓게 트인 공간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은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영화에서 혼자 사는 삶에 익숙했던 우진은 이번만큼은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대신 용기 내고 고백하는 쪽을 택한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수가 우진의 진심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여느 연인과 마찬가지로 환희와 눈물이 공존하는 사랑을 시작한다. 실제 영화 촬영은 1호점에서만 진행됐지만, 카페로 꾸민 2호점도 ‘뷰티 인사이드’가 그린 애틋한 연애를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 카페 벽면에 걸린 배우들의 사진은 영화를 아끼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계산대 옆에 자리한 가구 전시공간은 마치 바다 건너 여행을 온 듯 이국적인 향기를 내뿜는다. 깊고 은은한 커피와 부드러운 케이크도 먼 걸음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 두 건물에 전시된 가구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판매도 하고 있으며 촬영 스튜디오는 오후9시까지, 카페는 오후9시30분까지 운영한다. 개장 시간은 두 곳 모두 오전10시이며 매주 일요일은 쉰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수와 우진은 한 차례 이별한다. “매일 남자 바꿔가며 연애한다더라”는 소문에 지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잡느라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는 이수를 우진은 억지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10개월이 흐른다. 붙박이장처럼 늘 같은 자리를 지키던 우진의 부재를 견디는 동안 이수는 깨닫는다. 매일 다른 모습이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얼굴이 달라져도 다 같은 우진이라는 것을. 노통브의 소설에서 사랑을 쟁취하는 ‘추남’처럼 마침내 우진도 이수와 영원을 서약한다. 영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두 사람의 앞날에는 분명 커다란 고충이 뒤따를 것이다. 당장 부모를 설득해야 하고 이 믿기 힘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현실에서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자리를 오래도록 한 번 응시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면 아마 그이의 겉모습도 어제보다는 좀 더 멋지고 예뻐 보일지 모른다. /글·사진(인천)=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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