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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재벌총수와 그룹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재벌 총수, 재벌 회장, 그룹 총수, 그룹 회장, 대기업 총수, 대기업 회장.’

대상은 분명 하나인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공식적인 회의에서조차 저마다 다르게 부른다. 기업이나 경제계 쪽에 좀 근무했다는 사람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다. 부르는 이름이 많아 나쁠 것은 없지만 나름 의미나 정서가 다르다 보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재벌(財閥)’.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이 어휘는 연원을 따져보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나 쓰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겨난 특수한 용어이다. 영문으로도 재벌의 한국어음을 그대로 옮겨 ‘chaebol’이라고 표기할 정도다.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심으로 여러 개의 계열사를 운영하는 기업군을 뜻한다.

정의나 유래가 불분명한 용어를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적인 의사표현이나 언론에서는 ‘재벌’이나 ‘총수’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하지만 공식적인 회의나 공식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는 단어 표현에 신중을 기하면 좋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회의 등을 하다 보면 굳이 재벌이라는 표현을 안 써도 되는 상황에서도 입에 익은 듯이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요즘 들어 대기업이라는 말의 쓰임이 늘었다. 중견기업이 법적인 용어로 등장하면서 대기업이라고 하면 재벌그룹 계열사들을 의미하는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청와대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국내 20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표현도 언론들은 대부분 ‘대기업 총수’라는 표현을 썼다. 재벌 일자리를 원한다는 말은 듣기 어렵다. 구직자들은 저마다 대기업 일자리를 원한다고 한다. 부모들도 자식이 재벌에 다닌다고 하지 않고 무슨 ‘대기업’에 다닌다고 자랑한다.



현재 재벌에 대한 공식적인 용어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업종별 평균매출액이 800억~1,500억원 이하이면 중소기업, 이상이면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대기업계열사가 아닌 기업은 중견기업법상 별도로 ‘중견기업’이라 부른다. 그만큼 대기업이라는 용어도 헷갈리는 표현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상 ‘대기업집단’이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가 일부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재벌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대기업집단’에는 기업들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글자 수가 많고 범용성이 떨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에서 가장 흔하게 쓰였고 지금도 많이 쓰이는 표현은 ‘그룹’이라는 말이다. 4대 그룹, 10대 그룹, 30대 그룹 등으로 대분류가 되고 이들 그룹의 계열사는 ‘그룹사’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재벌오너·재벌총수 등으로 부를지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룹 회장’ ‘그룹 부회장’이라는 말이 가장 중립적이고 무리 없는 표현이라고 본다. 정답은 없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인 기업들에 대해, 그리고 격식 있는 대화를 위해 중립적이고 신중한 표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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